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35일 남짓 남겨 놓은 가운데, 여야의 공천이 속속 마무리되고 있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은 역대 모든 선거에서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처럼 어이 있는 공천 룰을 통한 유력 후보의 경선 참여 배제를 비롯하여 당 대표 포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청년 정치인에게는 경쟁할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고 컷오프 시키는 행태에 아직까지 정당 민주주의가 안착되지 못한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서글픔이 앞선다.

오는 5월 10일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위치가 바뀌는 상황에서 충청권만 놓고 볼 때 국민의힘의 경우는 광역자치단체장 공천에서 민심의 이반을 불러오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의 경우는 기초자치단체장 및 광역의원 등의 공천에서 시·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국민의힘 충남지사 공천은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직접 김태흠 의원을 찾아가 출마 요청을 한데 이어 충남지역 8명의 당협위원장들이 “김태흠 의원의 결단을 적극 지지한다”는 공동성명까지 발표하면서 시작부터 이미 불공정 경선 논란에 휩싸였으며, 충북지사 공천은 며칠 전까지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했다가 충북지역 몇몇 국회의원들의 요청에 의해 돌연 충북지사 출마로 선회한 김영환 후보를 배려하기라도 하는 인상을 남기면서까지 인지도 뿐만 아니라 여성 가산점 20%를 받게 되는 이혜훈 전 의원을 컷오프 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보다 더 압권은 당내 경쟁 후보보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2배 가까운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성효 전 대전시장에 대한 경선 참여 배제다. 당헌·당규에도 없는 ‘동일 지역 동일 선거구 3회 이상 낙선자에 대한 공천 배제’라는 전대미문의 공천 기준을 만들어 당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의 해당 조항 수정 권고까지 무시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폭거는 앞으로 있을 모든 선거에서 ‘인구에 회자’될 내용이다. 오죽했으면 양홍규 대전시당위원장이 “이것이 공정과 상식입니까?“라고 반발하며, 모든 직을 던지기까지 했을까? 다행히 5개 구청장 후보들을 비롯한 광역의원과 기초의원들의 아른거리는 얼굴을 뒤로 하지 못하고, 일단 복귀하기는 했지만, 완벽한 봉합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을 대전시민들은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와중에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대전시장 공천 발표 후 박성효 전 시장을 향해 “고맙다”라는 말과 함께 “3번 낙선한 후보자에 대한 공천 배제 원칙을 정한 건 그야말로 정치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바람에서 한 것”이라는 공천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자기모순적인 정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비판의 십자포화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정 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원들이 진정으로 정치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마음이었다면, 대전시장 공천의 경우 박성효 전 시장 뿐만 아니라 동구에서 국회의원 세 차례와 구청장 세 차례 등 총 여섯 차례 출마하여 세 차례 낙선 경력이 있는 이장우 전 국회의원과 대덕구에서 국회의원 네 차례와 구청장 두 차례 등 총 여섯 차례 출마하여 두 차례 낙선 경력이 있는 정용기 전 국회의원 역시 경선 대상에서 배제하고, 정치 신인 정상철 전 충남대 총장과 지난 2020년 20대 총선에서 대전 유성갑에 출마하여 한 차례 낙선한 바 있는 장동혁 전 대전시당위원장 두 명만을 대상으로 경선을 진행했어야 타당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대전시장 후보로 공천된 인물이 이장우 전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정 위원장의 이러한 해명은 대전시민들을 초등학생 정도의 수준으로 인식하는 것밖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충청 출신 중진 정치인으로서의 도리도 아닌 것 같다.

또한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라는 박성효 전 시장 지지자의 말처럼 정 위원장의 이런 자기모순적인 발언은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당에 대한 배신감만 더욱 가중시킬 뿐이며, ‘비겁한 변명’이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만 34세의 손희역 대전시의원 컷오프를 비롯하여 충남 공주·서산 등에서의 현역 기초자치단체장 단수 공천 등으로 진통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손희역 의원의 컷오프와 관련하여 한 지지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OO 위원장님 청년을 버리지 말아주세요!!’라는 사진을 게시하고 ‘청년은 민주당이 쓰고 버리는 휴지가 아니다’라는 글을 통해 “민주당이 청년을 버리면 청년이 민주당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십시오”라며 “청년은 소모품이 아닙니다. 기성세대가 이용하고 버리는 사냥개가 아닙니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여야 모두는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의 임기 동안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통해 여러 차례 수상을 한 바 있으며,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은 청년 정치인 손희역 의원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컷오프 시킨다면, 손희역 의원의 한 지지자의 페이스북 글처럼 “민주당이 청년을 버리면 청년이 민주당을 버릴 수 있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은 돌고 돈다. 민심 역시 돌고 돈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칼자루를 휘두른 사람들은 오래지 않아서 다른 누군가가 휘두른 칼에 의해 내동댕이쳐질 수 있다. 부탁하건대, 이번 공천 과정에서 칼자루를 휘두른 사람들은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면 자기 눈에 피눈물 난다”는 말을 곱씹어 보기를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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