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또다시 ‘철수기로(撤收岐路)’에 놓였다.
안 인수위원장은 14일 공식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과 13일 발표한 초대 내각 인선안에서 안측 인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터졌다는 관측이다.
이날 오후로 예정된 코로나특위 회의에도 불참한다. 일각에서는 오늘 오후에 있을 추가 내각 발표에서도 안철수 계 인사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대한 반작용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안 위원장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애초부터 공동정부 구상은 안 위원장의 일방적인 ‘짝사랑’에 불과했다는 것이 여의도 흐름으로 읽힌다.

그는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난 3월 3일 윤석열 당선인과의 ‘야권 단일화를’ 전격 선언하면서 ‘또 철수’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의 10년 정치인생에서 선거 중도 하차는 4번에 달했다. 이미 ‘철수’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지 오래다.
당초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집권 시 공동정부 구성을 협의키로 했었다. 하지만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국무위원 19명 중 17명의 명단에서 안 위원장 측 인사는 철저히 배제됐다. 남은 2명은 발표 전이지만 이미 ‘공동정부에 균열’이라고 해석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윤 당선인은 2차 인선 발표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사 원칙에 부합하면 어느 계도 상관없다. 거기에 부합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라고 원칙적인 발언을 했다.
안 위원장의 ‘철수정치(撤收政治)’가 너무 잦다 보니 ‘어린아이처럼 습관적으로 몸에 배였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그는 지난 2009년 한 방송에 출연해 사회자로부터 ‘화도 안 내고 참으면서 사는 것이 행복하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저의 경영철학은 조직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이었어요. 조직에 영혼을 만들 수 있으면 제가 떠나도 영원히 변치 않는 회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저는 가장 비효율적인 사람이죠. 효율적인 면만 따진다면 저 같은 삶은 '실패한 인생'이라 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인생은 효율성이 다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가 정말로 맞는 분야를 찾기 위해서 쓰는 시간은 저는 값진 시간 같습니다“
정치에 있어 ‘효율성’을 주장하기엔 ‘정치’라는 태생적 한계로 볼 때 그의 철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효율성’이란 본인이 들인 대가나 노력에 비해 일정부분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정치판은 결코 그렇지 않고 ‘너 죽고 나 살기식’원초적 본능만이 지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윤 당선인의 안 위원장 기용은 패착이 아니냐는 말이 흘러 나온다. 관리형이 앉아야 할 자리에 유력 정치인을 앉힘으로써 내부분란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그것이다.
오죽하면 정치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빗대 ‘손바닥 뒤집기’라고 했을까. 그런 점에서 보면 정치는 참으로 냉정하다. 거기다 노골적인 ‘셈법’까지 작동하고 있는 곳이니 왜 안 그렇겠는가.
결과적인 얘기지만 안 위원장은 지금쯤 ‘총리직’을 걷어찬 일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따지고 보면 그래야만 명실공히 ‘공동정부’가 아니었겠나 여겨진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그깟 장관 한두 자리에 목을 매고 있었던 꼴이 되었으니 왜 분통이 터지지 않겠는가.
물론 그의 말대로 효율성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그가 누구든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 그 효율성을 높일 필요는 있다.
적어도 안 위원장에게 ‘정치’는 어울리지 않는 영역으로 보인다. ‘벼랑끝 전술’이 배제되는 영역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했더라면 ‘존경’이라도 받았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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