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을까. 1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동일선거구 3번 이상 낙선자 공천 배제' 원칙을 정하자 박성효 대전시장 예비후보가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이의제기에 나섰다.
‘국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동일 선거구에서 3번 이상 출마해 3번 이상 낙선한 경우, 공천을 원천 배제한다고 발표했다. 참으로 이례적인 경우다. ‘연임제한’이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연패제한’이라니 선뜻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예비후보는 즉각 이날 오후 중앙당을 직접 방문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첫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박 예비후보는 지난 2006년 열린우리당 염홍철 후보를 상대로 승리해 대전시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2010년에는 자유선진당 염홍철,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 2018년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후보에게 연달아 패해 3번 연속 낙선했다.
공관위의 공천배제 대상에 해당되는 박 예비후보. 그는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약속마저 저버리는 무참한 결과"라며 "전국적으로도 광역단체장의 경우 저 하나만 공천 배제 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을 보면, 이는 '의도적 타깃 배제'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으레 공천을 둘러싸고 여러 잡음이 나오지만 이번 결정은 국힘 중앙당의 짜맞추기식 계파 갈등의 산물이란 말도 들린다. 박 전 시장이 그동안 중앙당 인사들과 거리를 둔 채 지역에 공을 들인 것이 밉보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정 후보 공천을 염두에 둔 강력한 ‘거리두기’란 코로나식 공천배제의혹도 제기되는가 하면 심지어 국힘 공관위가 전두환 시절 '국보위'에 버금가는 무소불위의 위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결과적으로 지방자치 발전보다는 당내 타산이 지배하는 국힘 내부의 논의 구조가 이렇게 어이없이 귀결되지 않나 싶어 안쓰럽고 측은하기까지 하다.
사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단체장 ‘연임제한’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인사권 등에서 무한 권력을 휘두르는 단체장들이 무한정 연임할 경우 소위 토호(土豪)화될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패제한’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우리에게 ‘듣보잡’이며 낯설기 그지 없다. 적어도 선거에 있어 7전8기라는 운명적인 말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에 소홀한 채 중앙만을 바라보는 인사들에게 실망한 지역민들이 ‘지역교체’를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알량한 지역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인사들에 대항해 지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일환인 만큼, 그 노력은 공정한 과정을 통해 평가돼야 마땅하다.
‘연패’라는 이유로 그 마지막 평가마저 배제된다면 과연 풀뿌리에서 ‘풀’이 제대로 자랄 수 있겠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공당이 특정 인물을 공천 배제해 좌절시키는 일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공정한 경선을 통해 명예 회복의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
그렇잖아도 지방자치에 대한 혐오가 국민 뇌리에 부정적인 것으로 각인 돼 있는 마당에 ‘연패제한’은 건강한 유권자들에게 건강한 민주주의와 기득권 정치권에 대한 혐오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야를 넘어 누구를 편들 생각이 전혀 없다.
정치는 사실 국민과의 계약이다. 지난 대선 당시 국힘이 유권자들과 ‘공정과 상식’을 계약해 놓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지역주민에 대한 배신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차기 대전시장이 누가 되든 공정한 당내 경쟁을 통해 능력 있는 인사가 시민의 선택을 받기를 바란다. ‘국힘공관위’의 ‘연패제한’은 허무맹랑하고 그 근거가 참으로 일천하기 짝이 없다.
공천은 공당의 핵심 기능이기도 하지만 민심을 읽지 못하는 공천은 결국 정치부패와 지방자치의 퇴보를 가져온다는 점을 자성하기 바란다.
공천이 정당 계파 간 기득권 유지 확대의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런 식이라면 ‘코에 걸면 코걸이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이 결코 옛말이 아니다.
국힘공관위가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의원까지 장악하겠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그들의 하수인으로 보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깨끗한 정치의 실현을 위해서도 계파정치의 낡은 구도를 청산하고 국민앞에 이번 일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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