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충청권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단연 국민의힘 박성효 대전시장 예비후보의 공천 배제 소식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김행 대변인이 지난 1일 동일 선거구 3회 이상 낙선자에 대한 공천 배제 방침 발표 이후 국민의힘 전국 광역단체장 출마자 중 유일하게 해당 조항에 걸린 박성효 후보와 지지자들의 반발은 극에 달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관위가 해당 조항을 적용하게 되면, 지난 2월 이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 모든 여론조사에서 당내 경쟁 후보보다 2배 가까운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시장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로 맹추격하고 있는 박성효 후보 측의 반발은 明若觀火(명약관화)했던 일인데도 불구하고, 누가 무슨 의도로 당내 분란을 야기하면서까지 당헌·당규에도 없는 전대미문의 공천 기준을 만들었는지 의아스러울 지경이다. 특히, 당연직 공관위 부위원장이자 실무 총책임자인 한기호 사무총장이 호주 출장 중인 상황에서 이런 공천 기준이 급하게 발표되었다는 점에서는 모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사무총장 부재 속의 공천 기준 발표는 박성효 후보의 “제가 알고 있는 한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답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식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한 달 후면 집권여당이 되는 국민의힘이 시스템에 의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정당인지조차도 의심스럽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조직총괄공동특보단장과 대전시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대전지역 승리를 이끈 후 전열을 정비하여 당내 경선을 넘어 본선에서 12년 만의 탈환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던 박성효 후보의 입장에서는 국민의힘 공관위의 이번 결정이 날벼락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것이다. 특히, 박성효 후보가 지난 3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당세가 약한 험지 대전에서 오직 당을 위해 헌신해온 저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기준이라”고 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한 것처럼 지역정당이 사라진 지난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대전은 호남과 다를 바 없는 험지 그 자체였다.
또한 박성효 후보의 세 차례 패배는 개인기 부족이라기보다는 외부 악재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박성효 후보는 지난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지역 정당인 자유선진당 돌풍 앞에 무릎을 꿇었고, 지난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현역 구청장 두 명의 탈당을 야기한 불합리한 공천으로 인한 유탄을 고스란히 맞았으며, 지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탄핵 정국 연장과 북미회담 발표 등이 겹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파란 물결 속에 무릎을 꿇었다. 특히, 지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국민의힘 당세가 대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부산·울산에서도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던 시장들까지 더불어민주당의 파란 물결 쓰나미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지 않았던가?
박성효 후보의 한 지지자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는 세종대왕이 빨간색 옷을 입고 자유한국당으로 출마하고, 허수아비가 파란색 옷을 입고 더불어민주당으로 출마하면, 더불어민주당의 허수아비가 당선될 확률이 높았던 선거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의 패배는 후보 개인의 패배가 아닌 당이 책임져야 하는 선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의 패배까지 낙선으로 포함시켜 당내 경쟁 후보보다 2배 가까운 차이로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의 경선 기회조차 박탈하려고 하는 것은 국민의힘 역사의 한 페이지에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공정과 상식’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인 문재인 정권에 분노하여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건 윤석열 당선인을 선택했다. 오는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는 누가 뭐라 해도 ‘공정과 상식’이다. 국민들은 윤석열 당선인을 통해 쑥대밭이 된 ‘공정과 상식’이 회복되기만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으며,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우뚝 서기만을 염원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해야 하는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스스로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자충수를 두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지난 20대 대선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오는 6.1 지방선거는 지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는 달리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선거로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이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를 불과 3.2%p 앞선 대전의 경우는 다른 지역보다 더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건 당선인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잡기나 다름없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공천 기준을 만들어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밝혀내서 一罰百戒(일벌백계) 해야 마땅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스스로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공천 기준으로 6.1 지방선거 자멸의 愚(우)를 범하지 말고,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을 곱씹어보면서 20대 대선 승리의 도취에서 벗어나 6.1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윤석열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주는 집권여당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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