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차기 법무장관 하마평에 오르면서부터 보수신문들은 일제히 그를 성토하고 나섰다.

‘조국 법무장관 검토, 국민을 우습게 본다’(조선일보), ‘조국 법무장관 기용, 명분도 근거도 없다’(중앙일보), ‘듣도 보도 못한 의혹들, 조국 청문회 기다리지 말고 사퇴해야“(동아일보), ‘문책 대상 조국 수석의 장관 기용 발상은 대국민 도발’(문화일보)

이후 조 법무장관 후보자 가족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터져 나왔지만, 그때마다 그는 ‘가짜 뉴스가 많다’면서 부인으로 일관했다.

의혹은 대부분 진실로 밝혀지며 그에 대한 불신이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의 딸이 외국어고 재학 때인 지난 2008년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한 영어 의학 논문의 제 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드러나 청년층과 대학가의 공분을 산 일이 대표적이다.

인턴신분의 고교생으로 고작 2주가량 대학 의과학연구소에서 일하고 전문 학회지에 실릴 논문의 핵심 저자로 평가받는 게 가능하냐는 의혹 때문이었다. 이때만 해도 당시 조 후보자 측은 “학교가 마련한 정당한 인턴십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 평가를 받은 점에 대해 억측과 오해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은 끝내 조국 법무장관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의혹 제기가 많았고, 배우자가 기소되기도 했으며 임명 찬성과 반대의 격렬한 대립이 있었다"며 "이번 과정을 통해 공평과 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평범한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상실감을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조 전 장관의 딸이 부산대와 고려대에서 입학 취소를 당했다. 고졸(高卒)신분으로의 추락이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아비로서, 송곳으로 심장을 찌르고 채칼로 살갗을 벗겨내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면서 "이 수사 덕분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일약 대권주자로 자리 잡았고, 가족 전체의 도륙을 도모하는 기획과 그에 따른 대단한 정치적 성공이다"고 윤석열 당선인을 직격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은 "윤석열 당선자, 검찰, 언론, 국회에 요청한다"면서 "윤석열 대통령 임명직 고위공직자를 저, 그리고 제 가족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검증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래야만 '선택적 정의'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조 후보자가 과거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당시 내놓았던 ‘공정’주장에 배신감을 느끼는 국민이 적지 않다. 또한 이런 배신감이 이번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이 그를 바라보는 국민 대부분의 시각이다.

가족 전체가 고통속에 살아야만 하는 그에 대한 연민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어쩌면 현재의 조국 전 장관, 그 가족에 대한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 이미 예고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결과적으로 그가 믿었던 ‘법’은 그의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철퇴를 내렸기 때문이다. 그가 바라던 ‘변화’와 ‘혁신’은 정권교체로 이어졌으며, 그를 변호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카드도 특정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여론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조 전 장관은 국민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부른 책임을 통감하고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되뇌이고 국민이 느끼는 상대적 상실감을 절감하기 바란다.

마음이 무척 쓰리겠지만 이번 대선에 국민 여론이 이미 반영됐다는 점을 직시하며 상처받은 가족들을 위로해 주는데 시간을 더 할애해 주길 권한다. 그의 말 한마디에 어린 잘잘못을 떠나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던 국민들의 아픈 상처에 생채기를 낼 수 있기에, 이제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말은 삼가해 주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여겨진다.

조 전 장관이 자꾸 입을 열수록 막바지 문재인 정부의 도덕적 가치와 기반이 흔들리는 패착이 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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