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마을 이장의 발빠른 판단과 책임감 있는 행동이 독거노인의 생명을 구했다”

“마을 이장단이 산불 명예 감시원으로 위촉돼 산불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10여년간 쌀을 기부해온 이장이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수해로 주택 수백여 채와 수천 ha의 농경지가 침수되었는데 이 와중에 살신성인으로 주민 23명을 구한 마을 이장의 이야기가 귀감이 되고 있다”

사실 농촌 마을 ‘이장’에 대한 미담거리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다시피 ‘시골 이장’이란 자리는 생각보다 무척 고된 자리다. 면사무소처럼 이장 외에 다른 공무원이 배치된 것도 아닌지라 무슨 일이 있으면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교통과 통신이 불편했던 과거에는 주민들의 온갖 민원 사항을 일일이 읍·면사무소에 가서 처리해 줬는데 당연히 이장이 민원을 잊어버렸다거나 하면 그냥 답이 없던 시절도 있었다. 이런 사정으로 주민등록이 늦어진 경우가 꽤 있었다.

과거 농어촌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교양 프로그램을 보면 자주 나오는 장면으로 마을회관이나 이장의 자택에 설치된 방송 장비로 이장이 간단한 방송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마을 방송을 이용해 주민들의 전화를 연결해 주기도 했다. 이장이 대신 전화를 받고 방송으로 '김OO 어르신, 서울 사는 큰아들한테 전화가 왔으니 와서 받으세요'라는 식으로 알려주었었다.

 

현재 전국에는 228개 지자체에 9만5천여명의 이·통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누구나 주변에 이장이나 통장을 맡고 있는 지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농촌지역에서는 이장들이 주민들 숟가락 숫자까지 꿰고 있는 것은 물론 집안 사정까지 웬만큼은 알고 있을 정도로 더없이 살갑고 정겨운 분들이다,

연말 연초에 많은 농촌 마을에서는 새로운 이장을 뽑는 선거가 있었다. 물론 대부분 직선제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주민들이 이장을 뽑으면 읍ㆍ면장이 임명장을 수여해야 이장으로 확정되는 절차가 따른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가 마을주민 다수와 의견이 다르고 한마디로 ‘입맛’에 맞지 않으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이장 임명을 고의로 지연시킨다고 한다.

최근 금산군 복수면 용진3리에서 이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해 10월 주민 80% 이상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투표 없이 이장을 선출했는데 지금까지 무려 5개월째 임명장을 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 문제가 복수면장의 책임이라기 보다 문정우 금산군수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의심하는 눈초리다. 문 군수가 주민들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선출한 마을 이장까지 개입하는 것은 볼썽 사납고 한심하다.

주민들 주장이 사실이라면 참 어이 없는 일이다. 입만 열면 ‘공정과 상식’을 부르짖는 현 정부하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과연 누가 이 문제를 초래해 주민들에게 상처를 입혔는지 명명백백하게 책임소재를 밝혀야 한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81조 제2항에 따르면 “이장 및 통장은 주민의 신망이 두터운 사람 중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읍장ㆍ면장ㆍ동장이 임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사실상 임명직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럴 바엔 마을 이장을 군수가 임명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自嘲)가 한 시골마을을 뒤덮고 있다.

‘이장’이라는 자리는 면장이나 군수입장에서 하찮은 자리일지 모르겠으나 주민들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걸린 중대한 자리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 내리려면 풀뿌리 민주주의부터 제대로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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