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장관 자문기구인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지난 21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고, 행정안전부장관 사무에 치안과 사법경찰을 추가하는 등 행안부장관이 직접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발표한 이후 경찰조직이 뒤숭숭하다. 더구나 같은 날 치안감 인사 2시간 만에 7명에 대한 보직 정정 인사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경찰 vs 대통령실의 대립각이 표면화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출근길에서 기자들에게 “어이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말이 안 되는 일이고 어떻게 보면 국기문란일 수 있다”고 경찰 지휘부를 강하게 질타하는 모습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지금이 문재인 정부도 아니고, 윤석열 정부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기문란’ 운운하는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권고안 발표로 부글부글하는 판에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으로 대통령에게 ‘국기 문란’이라는 질타까지 들어야 하는 경찰조직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고, 일반 국민들에게도 ‘경찰 길들이기’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경찰제도개선자문위의 권고안에는 행안부장관의 경찰 통제를 위한 조직 및 지휘 규칙을 신설하고, 행안부장관에게 경찰청장 등 고위직을 대상으로 한 징계요구권 부여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 내에 경찰 통제를 위한 조직인 경찰국이 신설되면, 지난 1991년 5월 경찰 업무의 독자적인 관리체계 구축을 비롯하여 경찰권 남용과 인권침해를 막고, 민생치안과 대국민봉사를 위한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일 목적으로 내무부 소속 치안본부에서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승격된 31년 전인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 통제를 위해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한다는 발상은 괜한 긁어 부스럼만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오죽하면, 검찰과 달리 집단행동에 익숙하지 않은 경찰이 이번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서는 이례적으로 경찰청장 등 수뇌부를 비롯하여 각 시도의 경찰직장협의회와 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에서 노골적으로 반발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검경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 등으로 경찰조직이 비대해졌고, 오는 2024년이면 법률 개정에 따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마저 경찰로 이관되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법무부에 검찰국이 있듯이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여 통제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는 경찰조직의 반발만 불러일으킬 수 있고, 권력이 집중되고 있는 경찰 위에 상왕격인 행안부가 존재하는 옥상옥의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특히, 행안부장관의 업무에 치안 사무가 포함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법과 경찰법 개정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여소야대의 21대 국회에서는 경찰제도개선자문위의 권고안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에서 왜 이런 무리수를 던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경찰은 검찰이나 법원과 달리 국민들의 생활과 좀 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권력기관이다. 권력이 집중되고 비대해진 경찰조직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지난 2021년 시행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경찰위원회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내실 있는 운영과 실질화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하려면, 경찰조직의 호응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법 개정이 수반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오늘 오전 11시 경찰제도개선자문위의 권고안과 관련하여 행안부의 입장과 향후 추진 계획을 직접 발표한다고 한다. 부디 이상민 장관이 경찰제도개선자문위의 권고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이지 말고, 경찰조직의 반발과 국민적 염려를 십분 헤아리는 지혜를 발휘하여 행안부 내에 경찰국 신설의 우려를 잠재웠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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