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전 대전 서구청장이 귀환했다. 지난 1월 14일 대전시장 출마를 위해 호기롭게 서구청장실을 박차고 나간지 불과 4개월 20일 만이며,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경선에서 허태정 후보에게 패한지 불과 열흘 만이다. 장종태 전 청장의 서구청장 후보 귀환은 한마디로 대전 정치사에 남을 코미디 중의 코미디이고, 서구민과 대전시민을 아주 우습게 본 행태이며, 과거로 퇴행하는 기막힌 공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특히, 장종태 전 청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 지난달 13일 중앙당 비대위가 ‘대전 서구청장 전략선거구’의 지정과 함께 전략공천 대상자로 자신이 거론되자 다음날 즉시 입장문을 배포하고 “끊임없이 저를 향한 ‘대전시장 사퇴설’, ‘서구청장 리턴설’을 쏟아내며 언론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유포하고 있다”며 “이 같은 루머는 저를 민주당 대전시장 경선에 나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측에서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비열한 정치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경쟁 상대인 허태정 후보를 겨냥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랬던 장종태 전 청장은 국민의힘 서구청장 후보로 서철모 전 대전시 행정부시장이 확정된 지난 4일 대전시의회 로비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서구를 통해 대전을 지켜내라’는 민주당의 명령과 당원들의 호소를 따르겠다”며 중앙당의 전략공천 방침을 수용했다. 장종태 전 청장은 이날 자신의 전략공천 수용이 머쓱했던지 “시장 도전하면서 그동안 구민들에게 감사드리고 떠났는데 다시 돌아오게 돼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서구민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을 보면, 장종태 전 청장은 자신의 전략공천 수용이 얼마나 비난받을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서구민들의 비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면, 장종태 전 청장은 명분 없는 당의 명령에 확실한 거부 의사를 밝혔어야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슬그머니 중앙당의 전략공천을 수용하고 말았다. 불과 20여일 전 자신의 ‘서구청장 리턴설’에 대해 “비열한 정치적 행위”라고 반발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장종태 전 청장의 전략공천 수용은 서구청장 후보가 되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선거운동에 매진했던 동지들의 등에 칼을 꽂은 것과 진배없다. 따라서 장종태 전 청장의 ‘당의 명령에 따르겠다’는 변명만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서구청장 후보가 되고자 했던 이들의 마음을 달래기에도 한참 부족해 보인다.

더구나 172석의 거대 의석을 갖고, 아직까지 집권여당으로 행세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오락가락 공천 행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은 대전 서구를 제일 먼저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더니 김창관 전 서구의장 컷오프와 동시에 다시 청년전략선거구로 지정했으며, 김인식 전 대전시의회 의장의 불출마 및 탈당선언이 진행된 후 다시 시민공천배심원제로 세 번의 경선 규칙을 번복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대전시 지역위원장 7명의 “장종태 전 청장을 전략공천 해달라”는 공동 요청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여 대전 서구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고, 장종태 전 청장을 전략공천 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퇴행적인 공천 행태를 보이고도 ‘최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에 서구민들과 대전시민들에게 얼굴을 들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장종태 전 청장의 서구청장 후보 귀환은 단지 더불어민주당 기초자치단체장 후보 한 명을 결정한 것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더구나 갈팡질팡 행보 끝에 내린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의 장종태 전 청장 전략공천은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처럼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명분도 실리도 잃는 결과로 도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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