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50여일이 지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3월 9일까지 올라가면 정권교체가 된지 벌써 118일이 지나고 있지만,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대실소망(大失所望) 즉, ‘기대가 크면 실망만 크다’는 사자성어처럼 아직까지는 임기 초반이라서 그런지 친북·친중정권에서 한미동맹 강화로 변화된 것 이외에는 문재인 정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대 대선 당시 공약했던 것처럼 청와대 경내를 74년 만에 전면 개방하여 국민 품속으로 돌려보낸 것을 비롯하여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 ‘도어스테핑’을 통한 파격적인 소통 강화 행보나 서해 피격 공무원 故 이대준 씨의 아들에게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 편지를 보내는 등의 행보는 역대 대통령들의 권위주의적이던 모습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로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내각 구성에서 만큼은 누가 보더라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인사를 지명하는 모습에서 문재인 정부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아직은 임명 전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면허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으로 선고유예 처분 전력이 있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나 중앙선관위가 지난 6월 2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한 김승희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국회에 재송부해 줄 것을 요청한 모습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처럼 지난 2000년 국회법 개정으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처음 도입된 이후 문재인 정부는 인사청문보고서가 미채택된 후보자들의 임명 강행이 37건에 달했을 정도로 국민적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자멸하고 말았다. 당시 수많은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청문보고서 미채택 후보자들의 임명 강행에 대해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를 왜 하느냐?”는 비판의 십자포화를 쏟아냈는데,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인사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는 상황에서 박순애 후보나자 김승희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여론의 역풍은 상상을 초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50여일 밖에 지나지 않은 ‘허니문 기간’ 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수행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를 형성한 것은 분명 인사에서부터 파열음이 불거지면서 경고음이 켜졌다는 신호임에 틀림없다.

정치는 누가 뭐라 해도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존재해야만 한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은 오직 ‘그들만의 리그’에서 누가 더 많은 권력을 갖게 되는지가 유일한 관심사인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2년 1개월 만인 지난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제됐지만, 아직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은 기름 값 인상 등 고물가에 신음하며 도탄의 세월에서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리는데, 민생을 챙겨야 할 21대 후반기 국회는 한 달 넘게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는 한 달 넘는 국회의 공전을 서로 ‘네 탓’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은 여야 모두에게 대동소이(大同小異)이자 ‘오십보백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생 회복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여야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서는 티격태격만 일삼다 간신히 합의를 이루어내며 이제는 21대 후반기 국회가 정상화 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사개특위 참여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놓고 옥신각신하며, 무한정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다. 여야 정치권 모두 자신들이 조금 더 많은 권력을 위해 민생을 철저히 무시하고 외면하는 모습이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여야 정치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상황에 절망감만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맞물려 조기 대선을 통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적폐청산과 검수완박을 주장하다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에 지친 국민들은 여의도 문법에 약하고, 기존 정치권과 거리감이 있던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에 환호하며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아직까지 우리 같은 서민들 삶에 있어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소야대의 정국과 정권 출범 초반이라고 항변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국민들을 납득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 6월 27일 ‘이 시대 최고의 책사’로 통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모임인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하여 “국민의힘은 원래 뿌리가 대통령 정당이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소속된 많은 의원은 오로지 대통령만 쳐다보고서 사는 집단 아닌가?”라고 일갈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참모들은 김종인 박사의 이 발언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여의도 문법에 약하고, 기존 정치권에 상대적으로 빚이 적은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여야 정치권 인사들과는 달리 첫째도 국민의 더 나은 삶, 둘째도 국민의 더 나은 삶, 셋째도 국민의 더 나은 삶에 초점을 맞추고 국정을 수행해야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어떤 외압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의지를 보였던 만큼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국민의 더 나은 삶에 방해가 되는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과감하게 쳐낸다면, 현재의 위기 상황을 무난하게 극복하고 임기가 끝난 후에도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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