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에 맞추어 충청권 시·도의회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지방의회들이 기념행사를 개최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1961년 5.16 포고령 제4호에 의해 중단된 지방의회는 임명제 단체장 체제가 존속하는 상황 속에서 지난 1991년 기초의회와 광역의회가 부활하였고, 4년 후인 1995년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까지 선출하는 4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에 걸맞게 지난해 12월 9일에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경찰법·경찰공무원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지방의회 역량강화를 위한 전문인력 도입·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 등 지위 강화는 물론 중앙지방협력회의 구성을 통한 중앙-지방간 협력체계 구축 등을 이루어내게 되었고, 올해 7월 1일부터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는 등 지방자치제도는 외형상으로만 볼 때 한 층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형상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는 지방자치제도와는 달리 실제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살펴보면, 현 정부의 의중에는 지방은 없고 수도권만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문화관광체육부는 지난 7일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통해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를 서울 용산과 송현동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충청권의 세종과 충남 서산을 비롯하여 부산·대구 등 전국 30여개의 지자체가 문화균형발전을 염원하며 유치를 희망했는데, 유치를 희망한 지자체들이 납득할만한 그 어떤 공정한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서울 용산과 송현동으로 압축한다는 문체부의 발표는 서울 이외에 지방은 안중에도 없다는 현 정부의 인식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말이 없다. 특히, 삼성의 뿌리라고 자부하는 대구시의 경우 미술관 건립비용 2500억원 전액을 부담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는데, 과연 서울에서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이해 어떠한 조건을 내놓았는지도 궁금하다.

문체부의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 서울 입지 발표만이 아니다. 지난 9일 중소벤처기업부는 K-바이오 랩허브 최종 후보지로 인천 송도를 확정해 발표했다. 특히, 최고의 인프라와 최적의 바이오생태계를 자랑하는 대전시가 최초 제안하고, K-바이오 랩허브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었던 대전시의 입장에서는 허망 그 자체로 徒勞無功(도로무공)의 상황이 돼 버렸다. K-바이오 랩허브 대전 유치 실패가 지역 정치권의 정치력 부재라는 비판도 일면 수긍은 가지만, 현 정부의 지방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묻어난 결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9월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 실현을 천명하며, 자치분권 종합 계획을 발표하면서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사용하지 않던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돌이켜보면, 허울만 지방정부일 뿐이지 역대 정부에서 사용하던 지방자치단체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를 부르짖는 현 정부 인사들을 보면 낯이 뜨거울 지경이다.

최근에 있었던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 결정이나 K-바이오 랩허브 최종 후보지 선정에서 볼 수 있듯이 현 정부 인사들의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한 환상이 깨지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진정한 지방분권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며,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 실현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공기관 입지에서부터 지방은 소외받고 차별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한 문재인 정부에 ‘지방은 없다!’는 비판은 계속 설득력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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