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 중구청이 ‘소상공인 상생을 위한 가정 친화 장려금’이라는 명목으로 청원경찰과 공무직이 포함된 전체 공무원 1130명에게 1인당 20만씩 총 2억 2500만원을 2021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하여 의회에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소위 공무원을 위한 예산인 ‘셀프지원금’에 중구의원들의 몫까지 포함시키면서 의회에서의 예산안 통과를 위해 꼼수를 부린 중구청의 행태를 보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라는 미국 속담이 그대로 적용되는 퍼주기식 예산 낭비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다행히 중구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중구청이 제출한 ‘소상공인 상생을 위한 가정 친화 장려금’ 전액 삭감됐으나, 누구의 머리에서 이런 꼼수 예산을 편성했는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또한 ‘소상공인 상생을 위한 가정 친화 장려금’의 추경안 편성이 격무에 지친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가정 친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목적이라는 데에서는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의 논평의 내용처럼 ‘소상공인 상생을 위한 가정 친화 장려금’은 ‘구청장과 구청 공무원 친화 장려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최저생계도 유지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非一非再(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제발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도처에 만연해 있는데, 매월 고정적으로 월급을 지급받고 있는 공무원들이 자신들을 격려하기 위하여 스스로 격려금을 편성했다는 사실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이번 중구청이 중구의회에 제출한 ‘소상공인 상생을 위한 가정 친화 장려금’은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 대비해 보자면, ‘공무원의, 공무원에 의한, 공무원을 위한 장려금’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백번 양보하여 대전 중구의 재정이 넉넉하다면, 그나마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전 중구의 재정자립도는 지난 2020년 기준 13%에 불과하여 전국의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163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구의 재정상황마저도 이 지경인데, 자신들을 셀프 격려하기 위한 추경 예산 편성을 구민들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좀 알려주길 바란다.

특히, 중구청의 首長(수장)인 박용갑 청장은 중구 최초로 3선 연임에 성공했을 정도로 공무원과의 스킨십은 물론 지역민과의 유대관계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박 청장이 3선 구청장을 마무리하면서 ‘내 식구 챙기기’나 다름없는 ‘소상공인 상생을 위한 가정 친화 장려금’을 추경 예산에 편성하여 의회에 제출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정치행보에 플러스 요인이 아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6.1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 출마 하마평이 끊이지 않는 박 청장이 앞으로 더 큰 정치를 펼치기 위해서는 3선 구청장으로서의 노하우를 살려 중구청의 재정자립도를 상승시키고, 중구를 넘어 대전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정책 발굴에 앞장서야 하는데, 이런 문제로 비판을 받는다면, 본인이 구상하는 향후 정치 일정이 꼬이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박 청장은 지금이라도 이번 일에 대해 구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코로나19로 하루하루 생계가 막막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발굴하는데 매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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