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 이후 현재의 6공화국까지 그리고 6공화국이 시작된 1988년 2월 25일 출범한 노태우 정부부터 2017년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까지 단 한 차례도 부처의 명칭이 변경되지 않은 정부부처는 법무부와 국방부 단 두 곳에 불과하다. 그래서 법무부와 국방부 소속 공무원들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한 번도 부처의 명칭이 변경되지 않은 것에 대해 “우리는 한 번도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다”는 농담을 하면서 부처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 법무부와 국방부가 요즈음 동네북이 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부는 조국 전 장관 이후 취임하는 장관들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여론의 십자포화를 받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법무부가 장관들의 납득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이처럼 국민들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은 적이 있나 싶다.

지난 4일 대전 서을을 지역구로 둔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기습적인 검찰 수뇌부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2월 신현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패싱하고 검사장급 4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마저도 사후 결재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박 장관이 이번에는 친 문재인 정부의 인사로 통하는 김오수 검찰총장의 의견마저도 묵살한 채 검찰 수뇌부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박 장관은 검찰 수뇌부 인사와 관련하여 김 총장과 저녁까지 먹으면서 의견을 청취했지만, 박 장관은 ‘충분히 상의하고 내 멋대로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여지없이 드러내며, 검찰 수뇌부 인사를 단행했다. 박 장관의 납득할 수 없는 인사 발표가 이루어진 후 검찰의 분노는 말할 것도 없고, 법조계는 물론 국민들마저 분통을 터트리는 지경이다.

특히,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출금 사건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 발령한 이번 인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아무리 우리 형법상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라도 형사 피고인이 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 발령한 이번 인사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인사의 문제점은 비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 발령한 것만이 아니다. 검찰총장 다음으로 전국에 9명에 불과한 고검장급 인사 중 강남일 대전고검장과 구본선 광주고검장을 강등이나 다름없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한 행태는 육군 대장을 육군 중장으로 강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안정성 같은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현 정권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는 처사다. 이런 지경에도 불구하고, 박 장관은 “이성윤 한 명만 보지 말고 전체적으로 봐 달라. 개혁과 안정 잘 조화된 인사가 아니냐?”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어디에 개혁과 안정이 있고, 잘 조화된 인사가 있는지 박 장관에게 묻고 싶다.

법치주의국가에서 법의 지엄함을 국민들에게 설파하고, 그 어느 부처보다도 공평무사하고 정의로워야 할 법무부는 이미 콩가루 집안이 돼 버리고 말았다. 장관은 패스트트랙과 관련하여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전 차관은 택시기사 주취폭행 사건으로 수사를 받아 조만간 기소될 위기에 놓였으며, 신임 서울고검장은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집단으로 전락한 법무부를 향해 많은 국민들은 콩가루 집안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검찰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문재인 정권 양아치들이 군사독재정권보다 더한 짓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라는 글귀가 어쩜 그렇게 이번 검찰 수뇌부 인사와 딱 맞아떨어지는지 국민들이 무릎을 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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