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선이 정확히 220일 남았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이 정권재창출 vs 정권교체를 위해 사활을 건 乾坤一擲(건곤일척)의 승부를 남겨 놓고 있는 가운데, 유력 주자들을 향한 흑색선전이 그 어느 대선보다도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 같아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범 보수진영 압도적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대형 벽화가 서울시 종로의 한 골목에 버젓이 등장하면서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 부인 김 씨에 대한 비방은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대형 벽화에 머물지 않고, 지난달 29일에는 ‘혁명동지가’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가수 백자’라는 인물이 ‘나이스 쥴리’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리며, 윤 전 총장 부인 김 씨 비방에 가세했다.

과연 이들의 행동이 유력 대권 주자의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우리 헌법 제22조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면서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윤 전 총장 부인 김 씨를 비방하는 이들의 행동은 단언컨대 유력 대권 주자 검증이라는 미명 하에 우리 헌법상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범주를 넘어서는 흑색선전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에 비추어볼 때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권 주자를 검증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윤 전 총장 부인 김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대형 벽화나 ‘나이스 쥴리’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는 상대진영의 유력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오죽했으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에게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상희 국회 부의장조차 “누구를 지지하냐 아니냐를 떠나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하며,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대형 벽화 철거를 촉구하고 나섰을까? 김 부의장의 말처럼 대선 과정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검증은 필수적인 일이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인신공격은 자제해야만 하고, 엄격한 법의 심판이 뒤따라야만 한다.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 당시 전직 부사관 김대업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에 관한 녹음테이프가 있다고 주장하여 병역 면탈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권자들을 호도하여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낙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바 있다. 그러나 김대업의 이러한 주장은 명예훼손 및 무고 등으로 확인되었고, 결국 피소되어 선거 이후 2004년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아 징역 1년 10월의 실형을 받게 되었다. 당시 우리 국민들은 김대업의 말 한마디에 놀아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

우리 국민은 이미 김대업 사건으로 인한 학습효과로 흑색선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높아졌다. 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모든 선거는 흑색선전이 아닌 정책 대결이 후보 선택의 첫 번째 조건이어야만 한다. 따라서 내년 20대 대선에서도 후보 검증을 핑계로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이 마구잡이로 유포되는 흑색선전이 판을 친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지난 2002년 16대 대선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이 명심해야만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