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0대 대선 후보 선출과 관련하여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등으로 일부 후보들과 갈등을 겪어오던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5일 사의 표명 후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만류로 사의를 철회하는 등 매우 긴박한 사태가 이어졌다. 또한 홍준표·유승민·하태경·안상수 후보 등 4명의 대선 주자들이 이날 열린 공정 경선 서약식에 선거관리위원회의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논의에 반발하면서 불참하는 등 행사는 반쪽짜리로 전락하고, 20대 대선 후보 선출과 관련한 국민의힘의 불협화음은 끊이질 않고 있다.

선거라는 것이 1등 이외에 2등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하지만, 지난 2017년 5.9 대선 이후 연전연패를 거듭하다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가까스로 압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한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과연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묻고 싶다. 특히, 대다수 후보들이 틈만 나면 ‘국민’을 입에 달고 살면서 정권교체를 부르짖고 있는 가운데, 몇몇 후보들은 당 지도부가 모셔온 선거관리위원장을 흔들고 있으니 이런 행태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야망만을 위한 립서비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정권교체를 위한 大義(대의)에 동참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지난달 25일 전격적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의 행동을 본받았으면 한다. 자신의 잘못도 아니고,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하여 당 지도부로부터 충분한 소명이 이루어졌다는 판단까지 받은 바 있는 윤 의원은 혹여 자신으로 인해 정권교체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여 과감히 의원직을 던져버렸다. 국민들은 윤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앞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과 저를 성원해주신 당원들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정권교체를 위한 밀알이 되겠다는 決起(결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또한 윤 의원은 자신의 사퇴 선언을 ‘쇼’로 매도하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에게 보란 듯이 국회의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원실의 짐을 정리하는 한편 공수처에 수사를 자청하는 결연함으로 맞섰다. 여야를 통틀어 근래에 이런 정치인이 있었는지 싶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선 승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만 한다. 경선 룰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드는 것이지 후보가 경선 룰을 가지고 曰可曰否(왈가왈부) 하면 안 된다는 대원칙에 입각하여 당헌·당규에 따라 경선 룰을 만들려는 선거관리위원장을 더 이상 흔들지 말고, 지금까지의 정치 역정에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적이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면서 윤 의원의 행동을 본받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경선 과정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에만 매진해야 한다. 그것만이 정권교체를 위한 大義(대의)에 진정으로 동참하는 길이며, 정치적으로도 롱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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