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임명 동의안이 지난 13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 176명 중 찬성 168명·반대 5명·무효 2명·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14일 외유성 출장 논란·논문 내조 등으로 ‘여자 조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부인의 절도죄 논란이 있는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의 임명을 재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의 장관급 인사들을 무려 31명이나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 강행에 나섰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지난 2000년 6월 16대 국회 당시 인사청문회법 제정 이후 지금처럼 無用之物(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인사청문회가 있었는지 좀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야당의 동의 없는 여당 단독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야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처사요 협치를 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에도 충분하다.

특히,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안이 처리된 지난 13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와대 앞에서 임혜숙·노형욱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는 국민의힘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야당이 장관 임명 반대를 위하여 청와대 앞에서 의원총회를 개최하는 모습은 매우 보기 드문 광경으로 이번 임명 강행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 청와대의 이번 부적격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은 사실상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임과 동시에 국민의 목소리도 귀 기울이지 않겠다는 천명이나 다름없다. 물론 청와대나 여당은 야당의 반대에 대해 발목잡기라고 평가절하 하고 있으나, 야당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나 안경덕 고용노동부장관 임명에는 찬성하고 나섰기 때문에 청와대나 여당의 주장처럼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열린 취임 4주년 기자회견 일문일답에서 “국회 인사청문절차 문제 제기가 끊이질 않았는데, 이번에도 장관 후보자 부적격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에서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후보자들에 대한 대통령은 판단은 무엇인가?”라는 질의에 대해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그냥 제쳐두고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그런 청문회가 되고 있다. 무안주기식 청문회가 된다. 이런 청문회 제도로는 정말 좋은 인재들을 발탁할 수 없다. 자기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하면서 신망 받고 살아온 분들이 이 험한 청문회에 무안당하기 십상인 청문회에 앉고자 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답변은 지금까지의 인사청문회 진행 과정에 대해 비추어 볼 때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그러면 이제 無用之物(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국회 인사청문회를 폐지하자. 여야 누구도 내년 20대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금이 국회 인사청문회 폐지의 적기다. 특히, 범여권의 국회 의석수가 180석을 훌쩍 뛰어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폐지는 ‘식은 죽 먹기’일 것 같다. 문 대통령이 “다음 정부는 누가 정권을 맡든 더 유능한 사람들을 발탁할 수 있게끔 그런 청문회가 꼭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처럼 있으나 마나 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조속히 폐지하는 것만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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