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가 국민의힘의 압승과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로 결론을 맺었다. 한마디로 민심은 현 정권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지만, 정치권이나 국민들 모두 국민의힘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압승과 더불어민주당의 처참한 패배에 놀라는 분위기다.

지난 5.9 대선 이후 연전연패를 거듭하던 국민의힘의 4.7 재·보궐선거 압승은 그야말로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특히,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의 사상 최대의 참패와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범여권에 개헌 가능 의석을 헌납한 이후의 이번 승리는 가뭄에 단비를 맞은 것처럼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선에서의 정권 탈환에서도 희망을 찾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전통적인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을 포함하여 서울 25개구 전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며, 지난 17대 대선 이후 4개월만에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에서의 서울지역 48개 지역구 중 41개 지역구에서 승리했을 때보다도 훨씬 더 좋은 성적표를 올렸다.

반면,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예상을 뛰어넘는 참패에 박영선·김영춘 후보는 물론 지도부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 모두 그야말로 멘붕을 맞은 것 같다. 하지만 당을 추스르고 내년 3월 9일 실시되는 20대 대선에서의 정권재창출을 위한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온데간데없고, 百家爭鳴式(백가쟁명식) 해법만 난무한 상황이며, 중진은 중진대로 초선은 초선대로 친문은 친문대로 비문은 비문대로 따로 노는 형국이다. 당장 4.7 재·보궐선거 참패 다음 날 임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친문 진영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민주주의 4.0’ 원장 출신인 3선의 도종환 의원을 임명하자 당내 비문 진영 인사들과 중립 성향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비록 도 위원장이 신임 원내대표 선출까지 일주일 동안의 임시 비상대책위원장이지만, 이번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바라보는 비문 진영 인사들이나 중립 성향 인사들의 착잡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 보인다.

단적으로 노승환 전 국회 부의장 아들로 4.7 재·보궐선거 패배 전까지 최고위원을 역임한 4선의 노웅래 의원은 8일 열린 마지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도 의원을 임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문제를 놓고 김태년 원내대표와 고성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임시 비상대책위원장 임명과 관련하여 “솔직히 면피성,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 될 것이고 국민들이 ‘아직도 국민을 바보로 보는 것 아닌가’ 이렇게 보일 수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당의 창조적 파괴를 촉구하고 있으며, 당내에서 쓴 소리의 대명사로 통하는 조응천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지는 위기-위기 극복-몰락 등을 예로 들면서 “(친박 핵심) 이정현 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당 대표가 되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게시하며, 작금의 더불어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강경 친문 세력들을 겨냥하고 나섰고, 충청권 유일의 2030 세대로 대전 동구를 지역구로 둔 장철민 의원은 지난 11일 오영환·이소영·전용기·장경태 의원 등과 함께 ‘혁신의 주체로 서기 위한 2030 세대 의원들의 첫 번째 노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오만·게으름·용기 없음을 스스로 반성함에 그치지 않고,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행동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이들 2030세대 의원들의 이런 행동은 死後藥方文(사후약방문)이자 晩時之歎(만시지탄)의 성격이 강하여 실제 뼈를 깎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젊음과 패기로 상징되는 이들 2030세대 의원들이 지난 2020년 4.15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보여준 모습은 상식을 벗어나는 내각 인선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로 점철된 추-윤 갈등 국면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등 오직 현 정권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비호에만 열중하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이힘은 신임 대표 선출을 통해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선에서 乾坤一擲(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쳐야만 한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처럼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표를 선출하는 정당은 내년 3월 9일 실시되는 20대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며,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대표를 선출하는 정당은 집권의 길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4.7 재·보궐선거의 승패는 전적으로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스스로 자멸한 결과이지 국민의힘이 국민들에게 수권정당으로서의 모습을 각인시켜 승리한 것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은 상대편의 자살골로 인한 득점이 아니라 스스로 득점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며, 국민은 등한시한 채 지도부의 눈치만 살피고, 자신들의 보신만 꿰하는 정치적 술수로는 더 이상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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