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을을 지역구로 둔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다시 한 번 口舌(구설)에 휘말렸다. 박 장관은 지난 23일 출근길에서 차기 검찰총장 추천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이 검찰이라는 기관을 이끌 수장을 임명하는 것이니 차기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클 것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검찰총장 임명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상관성이 크다는 박 장관의 발언은 듣던 중 처음이고,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

대통령은 정의롭고, 공평무사한 인물을 검찰총장에 임명하여 정치적 외압을 막고, 헌법을 비롯한 법치주의 수호에 앞장설 수 있는 인물을 임명하는 것이지 자신의 국정 철학에 상관성이 큰 인물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죽하면 같은 당의 조응천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보다 훨씬 규모도 크고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검찰의 수장인 총장의 첫 번째 덕목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이라니요. 말 잘 듣는 검찰을 원한다는 걸 장관이 너무 쿨하게 인정해버린 것 같아 당황스럽습니다”라고 비판하고 나섰을까? 조 의원의 지적처럼 박 장관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에 우호적인 인물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시빗거리를 자초한 셈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박 장관의 이런 발언이 차기 검찰총장에 피의자로 전락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박 장관의 口舌(구설)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박 장관은 지난 2월 24일 대전보호관찰소를 방문한 가운데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관련하여 “법무부장관으로서 일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국회의원이기도 합니다. 민주당의 당론으로 어떤 의견이 모아지면 당연히 따라야 됩니다”라는 헌정사상 전무후무한 발언으로 듣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으며, 지난 3월 11일에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하여 “검찰이 LH 투기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하여 “수사권이 있을 때는 뭐 했느냐”고 생뚱맞은 말로 검찰 탓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계속되는 박 장관의 口舌(구설)은 실수가 아닌 평소 생각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것 같아 듣는 이를 더욱 화나게 한다. 특히, 그 어떤 장관보다도 가장 정의롭고 공정해야 하는 법무부장관이지만, 박 장관의 취임 이후 언행에서는 법무부장관으로서의 처신이 아니라 자신의 발언처럼 더불어민주당의 중진의원으로서의 행보를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찌 보면 박 장관의 법무부장관 임명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고 볼 수 있다. 87‘ 체제 이후 노태우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선거관리의 주무 부처장관인 법무부장관과 행정안전부(내무부·행정자치부·안전행정부 포함)장관을 현역 국회의원으로 임명했던 적은 김영삼 정부 시절 1997년 2월 13일부터 3월 5일까지 21일 동안 재임한 서정화 전 내무부장관이 유일하고, 법무부장관의 경우에는 당적을 가진 현역 국회의원을 임명했던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왜냐하면 국가의 가장 중대사인 대선을 중립적으로 치를 수 있는 인물이 선거관리 주무장관으로 임명되어야 선거중립내각으로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대 대선을 1년 남짓 남겨둔 시점에 선거관리 주무부처 장관을 두 명이나 강성 친문으로 통하는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으로 임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니 민심이 사나워질 수밖에 없고, 그런 성난 민심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표출됐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참패에 박 장관도 전임 조국 전 장관이나 추미애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한몫을 했다는 데에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판사 출신인 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법무부장관 제의를 받았을 때 정중히 거절하고, 지난 20대 국회 후반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을 맡았어야만 한다. 그랬다면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시 이전도 막고, 지역민들로부터 환호도 받았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임기 말에 선거관리 주무장관을 맡아 계속되는 口舌(구설)에 오르내리니 지역민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박 장관이 口舌(구설)에 오르내릴 때마다 자신을 3선 중진의원으로 만들어준 지역민들도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제발 언행에 신중을 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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