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국회운영위원회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에서 처리가 확실시되던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와 관련한 국회법 개정안이 결국 무산됐다. 이날 국회운영위 소위에서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무산으로 충청인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특히,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통해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에 더 큰 진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던 충청인들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我田引水(아전인수)식의 책임 공방만 펼치는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 때문에 지역민의 분노는 더욱 끓어오르고 있다. 진보성향을 보이는 시민단체까지 더불어민주당을 지원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이번 책임 공방에 가세하면서 국회운영위 소위에서의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와 관련한 국회법 개정안 무산은 진영 간의 공방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양 진영 간의 책임 공방은 ‘도긴개긴’이요 ‘오십보백보’로 승자는 없고, 패자만 존재하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번 국회운영위 소위에서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무산은 충청 정치인들 전체의 패배이자 충청권 정치인들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 단면이며, ‘충청홀대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충청권 출신 국회의장이 있어도 속수무책이요, 제1야당 최다선 의원이 있어도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충청의 정치 현실이라는 점을 이번 국회법 개정안 무산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이다.

‘어떤 면에서는 타당성이 있는 이치‘라는 뜻의 ‘一理(일리)‘라는 말이 있다. 이번 국회운영위 소위에서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무산과 관련하여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성향의 시민단체가 제1야당 국민의힘에 책임을 전가하는 논리나, 제1야당 국민의힘이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비판하는 논거는 양쪽 모두 타당성이 존재한다. 예컨대 국회운영위 소위에 참석했던 홍성국 의원의 주장처럼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반대하지는 않으나, 법률 검토와 당내 의견 수렴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함에 따라 결국 법안 처리는 무산됐다”는 주장이나, 국민의힘 세종시당의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권력기관 개편과 부동산법안 등 단독 처리한 쟁점 법안은 최소 30개가 넘고,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며 정권의 입맛에 맞추어 야당의 의견을 무시하고 법안 처리를 강행해왔다”는 주장 모두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당의 주장은 자신들의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것일 뿐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건설적인 대안이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충청인들이 먼저 행정수도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공약으로 시작된 행정수도 공약은 이후 여러 차례의 우여곡절을 거치고, 충청인들의 가슴에 상처를 안겨주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여든 야든 집권 이후 속 시원히 이 문제를 해결해 준 정당은 아직까지 없다. 또한 정치권은 평소에 충청권을 등한시하다 선거철만 되면, “중원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충청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이 대부분 여야 정치인들의 행태다.

이제 충청인들은 여야 정치권의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행태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故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공약 이후 지금까지 행정수도 완성은 충청인의 오랜 열망이었다. 하지만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영호남으로 양분된 정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캐스팅보트인 충청을 찾았지 진정으로 충청을 위한 모습을 보여준 정당은 없는 것 같다. 특히, 174석의 거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 국민의힘의 발목잡기를 비난하기 전에 ‘행정수도 원조정당’을 자처하는 정당으로서 통 큰 결단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 반드시 행정수도 완성을 실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다가오는 내년 3월 9일 20대 대선에서 충청인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충청홀대론’을 야기하는 정당에 대해 철퇴를 가해야만 한다. 그 길만이 충청 정치가 더 이상 중앙정치의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며, ‘충청대망론’을 실현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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