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연예인 정치성향...국민 영향 상당...‘중용’의 태도 견지해야

한기원 편집위원
한기원 편집위원

평범한 이웃의 숨겨진 정보나 그들의 이야기를 배우 김영철의 여정을 통해 재발견하고 알려주는 KBS의 도시기행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얼마 전 이 프로그램에서는 김영철씨가 동네 칼국수집을 찾았다가 돌아가는 길에 발길을 돌려 시장에서 ‘빨강 목도리’를 사들고 다시 그 칼국수집을 방문해 주인할머니에게 선물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배우의 노모를 향한 인간적인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훈훈한 장면인 데다 평소 굵직굵직한 선으로 연기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중견배우이기에 그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었다.

이른바 ‘돌직구’로 수위 높은 정치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개그맨 강성범.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장모 최은순 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그는 "윤석열 장모 무죄, 천사 같은 판사님 만났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저격’에 가까운 표현이라고 설왕설래했다.

그는 "1심 판결 후 새로운 증거가 없었는데 판사는 판결을 반대로 했고, 윤석열 후보와 연수원 동기인 데다 최은순 씨의 변호사와는 연수원 동기이며 5년 동안 근무도 같이 했다"라는 등 개인적인 관계가 판결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뉘앙스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초박빙인 상황에서 우리는 이들의 ‘연기’와 ‘소신발언’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김영철 씨는 지난 총선 때 ‘국민의힘’으로부터 고향인 대구 출마를 권유받으며 입당을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 ‘빨강 목도리’는 ‘국힘’을 향한 간접응원이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도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달리 보면 작심하고 그랬다기보다 일면 색조에 대한 배우의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이에 비해 이재명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한 강성범씨의 토크는 그야말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의 미사일급 언어구사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보면 "윤석열 후보 가족에게는 기적 같은 일들이 수시로 일어난다"든가 "본인이 원하는 걸 다 하고, '난 몰랐어요'하면 무죄가 된다"는 등 거침이 없어 보여 그의 안위가 걱정스러울 정도다.

연예인들의 정치성향에 대해 뭐라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과거 후보로 출마했거나 특정 정당의 당적을 가진 정치 연예인들의 선거기간 중 방송 출연에 관한 기준은 공정성과 균형성을 원칙으로 엄격하게 적용된 적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는 있다.

모든 방송사나 개인방송 당사자들이 이를 성실히 준수하길 바랄 뿐이다.

여기에 앞으로 인기 연예인들의 특정후보 지지선언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들의 방송 출연기준 마련은 공명선거를 위한 공평한 기회 부여의 차원을 넘어 우리의 건전한 방송문화 정립을 위해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영웅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난세(亂世)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인기 연예인은 국민에게 유일한 우상일 수도 있겠다는 점에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표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들이 선택할 역할과 그에 따른 책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신중한 처신이 필요한 것 아닐까.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인기 연예인들은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중용’을 생각해야 하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

국민상식에 어긋나는 ‘연기’ 나 ‘개그’가 집 안방까지 찾아오는 일은 제발 삼가해 주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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