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권력의 도구, 그런 시대 지났다

한기원 편집위원
한기원 편집위원

뉴스티앤티 집필에 앞서 필자는 그동안 중도 진보를 표방하는 글을 줄곧 견지했음을 자임한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 분들도 중도 진보를 지향하지 않을까하는 자신감으로 늘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왔다.

정치부 기자시절 많은 이들로부터 '허구한 날 왜 비판적인 기사만 쓰느냐'며 마뜩치 않은 시선이 많았으나 그때마다 내 자신의 대답은 이랬다.
'세상이 좀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다'고 둘러댔다.

그저 필자의 글이 퇴근길 술자리의 안주거리가 되면하는 바람으로 씨줄과 날줄을 엮어 '세상'이란 그릇에 담고자 했다.

젊은 세대는 생경하지만 지난 70,80년대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로 대변되는 이른바 '3김 청산'에 대한 언론보도를 수없이 듣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3김'이 정치권 퇴출대상이라는 거였는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낡은 이데올로기'라든지 '지역할거 화신'이라는 내용이 주종을 이뤘다.

당시만 해도 '공인'인 정치인들이 '공인'이란 개념아래 도덕성을 평가받고, 또 그것이 행동의 제약으로 통제되는 일은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3김 청산'은 일부 소장파 정치인들과 진보언론의 '공허한 메아리'로 묻혀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뉴스의 실종'은 그 당시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시대였다.  

짚어보면 당시 언론의 '3김 청산' 목소리가 크지만 않았다면 문민정부가 좀 더 일찍 깃발을 올렸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역사의 시간은 강물처럼 흘렀다.
오늘의 언론은 그들을 '퇴출대상'에서 '정치적 장르'로 재평가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요즘 보기 드문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득표활동에 진력해야 할 후보부인이 두문불출이다.
여기에 그녀의 과거 행적에 대한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으며 칩거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7시간'은 그 파장 면에서 볼 때 과거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처럼 닮은꼴이고 하나의 '장르'로 비춰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특혜의혹도 연일 언론의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보수언론에서 이른바 '한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에는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이 후보의 경기지사 재직시절 비서에게 약심부름을 시켰다는 폭로가 나와 연일 기사거리가 넘쳐나고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후보 부인들의 과거 행적은 엄연히 공적영역이다.
국민의 알권리 앞에 '공작정치'니 '언론 길들이기' 운운은 지나친 수사가 아닐까 싶다.

언론은 정작 관심대상인 후보에게는 가치 있는 뉴스를 만들어 내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일까. 진보나 보수언론 막론 '가족사'를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어 국민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일국의 대선 후보 부인들이 언론을 피해 도망이나 다니거나 당당히 국민 앞에 서지 못하는 형편이니 더욱 그러하다.
아무리 이번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 해도 참 별일이 다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에 대해 언론이 침묵하는 것은 '시대의 증인'이기보다 '죄인'이 아닐까.  

암울했던 전두환 정권시절, 9시 '땡전뉴스'로 아세하며 호가호위했던 '관치언론'이 본연의 사명인 공정과 중립을 저버렸을 때 우리는 분노했다. 

우리 국민은 독재시절 언론이 저지른 만행의 악몽에 언제까지 가위눌려 살아야만 하는가.

최근 유력 대선후보 부인들의 과거 일탈행적을 행여 언론이 권력의 도구로 삼을 수 있겠다 싶어 적잖이 우려된다. 
하지만 대명천지 오늘날 무엇을 감추고 속이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래서인지, 요즘 정치인들 사이에 회자되는 말이 있다. 
'대선'과 오는 6월 '지선'을 앞둔 출마 예정자들의 이구동성이다.

그대도 '언론을 조심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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