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빙하 타고 온 둘리 같다는 말 있다“
"정상적인 질문을 하라"

25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두 번째 TV 토론회에서 사회자의 '한반도 평화 정착 및 국익 도모를 위한 남북 관계와 외교 안보 정책' 관련 공통 질문에서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답변내용은 단호했지만 분명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대선이 불과 1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에서 이 후보는 ‘싸우지 않는 외교’를 강조한 반면 윤 후보는 ‘힘에 의한 도발 억제’를 주장했다.

이 후보는 "힘없고 지도자가 무능하면 휘둘려 쇠락한다. 국익 중심의 실용적 외교를 통해 유능한 지도자 있으면 융성한 길로 간다"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싸우지 않게 만드는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 상대를 위협하고 거칠게 다뤄 전쟁으로 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평화는 힘에 의한 것으로 상대의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라면서 “상대 비위를 맞추고 굴종하는 건 평화를 얻지 못한다. 강력한 안보는 민생과 경제 번영의 기초. 북에 집착한 정부 안보는 미,북,일에 외면당했다. 원칙과 당당 외교를 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포괄 안보 동맹은 이미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인데 이걸 또 하겠다고 한다"고 꼬집었고, 윤 후보는 "다양한 분야의 군사뿐 아니라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지 못하는데 새로운 이론을 내야 하느냐"고 반격했다.

이에 이 후보가 다시 "시중에 빙하 타고 온 둘리 같다는 말이 있다"고 말하자, 윤 후보는 "정상적인 질문을 하라"고 응수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두 후보 간 격돌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도 확연한 이견을 노출했다.

이 후보는 "전쟁은 정치인들이 결정하지만, 죽는 건 젊은이"라면서 "우크라이나는 외교의 실패가 전쟁을 불렀다. 윤 후보는 너무 거칠고 난폭해 사드 배치, 선제 타격 이런 얘기를 쉽게 한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안보관이 부족하다. 유약한 태도는 오히려 더 평화를 위협한다"면서 "극초음속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맞받기도 했다.

사실 대선을 불과 11일 앞둔 상황에서 진행된 TV 토론에서 정치 공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양 후보의 이 같은 극심한 인식 차이에 대해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관에 대해 두 후보가 보여 준 명백한 입장 차이는 국민들에게 혼란만 부추겼다는 우려에 대해 두 후보는 좀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국가 생존이 달린 문제에 정파적 진영논리에 포위돼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답변 태도는 국론을 모으기는커녕 국론분열의 심각한 과오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제 법정 TV 토론은 오는 3월 2일 ‘사회 분야’ 단 한 차례만 남아 있다.

마지막 토론에선 각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되, 후보별 생각 차이를 더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토론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들이 후보들의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더 깊이 꿰뚫어 볼 수 있도록 양자 토론이나 주제별 집중 토론방식으로 보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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