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이 마무리됐다. 당선자와 낙선자의 득표율은 불과 0.73%p 차이로 득표수로는 247,077표 차이를 보이면서 ‘87체제 이후 최소 득표율 차이를 기록하고 있던 지난 1997년 15대 대선 당시의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의 1.53%p(390,557표) 기록도 갈아 치우는 초박빙 승부를 연출했다. 초박빙 승부 덕분에 지지자들은 개표가 종료되는 새벽까지 손에 땀을 쥐면서 한시도 TV 화면과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며, 개표 종료 후에도 辛勝(신승)을 거둔 후보의 지지자들은 승리의 흥분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했고, 간발의 차이로 惜敗(석패)한 후보의 지지자들 역시 아쉬움과 낙담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제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어깨에 승자도 패자도 없는 하나 된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윤 당선인이 지난해 6월 29일 20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11월 5일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이후 선거기간 동안 국민들에게 강조하고 약속했던 공약들을 차분히 하나씩 실천해 나간다면, 이번 대선에서 얻지 못한 51.44%의 국민들 마음까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예상외의 초박빙 승부였다. 여론조사 결과나 충청권 유세 현장의 분위기로는 윤 당선인의 느긋한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지난 3일 중도층에서 나름대로의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전격적인 단일화 합의 이후 윤 당선인의 당선은 ‘따 놓은 당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정치와 골프는 고개를 드는 순간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이야기처럼 높은 지지율에 취해있던 국민의힘의 안이한 선거운동과 절박함이 묻어나는 더불어민주당의 간절한 선거운동이 이번 대선의 초박빙 승부를 연출하지 않았나 싶다.

국민의힘의 안이한 선거운동은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날 윤석열 후보의 대전 노은역 광장 유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윤 후보의 대전 노은역 광장 마지막 날 유세에는 후보 얼굴을 보기 위해 대전시민들 뿐만 아니라 대전 인근 도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유세장에서는 윤 후보가 도착하기 전 국민의힘 대전을 살리는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들이 모두 마이크를 잡았고, 인근 세종시의 최민호 선대위원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불과 5일 전에 전격적인 단일화에 성공한 국민의당 인사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최소한 국민의당 대전시당위원장의 지원 유세를 기대했던 중도층 인사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유세가 끝난 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시절부터 오랜 기간 당 생활을 해왔던 인사와 저녁을 함께 하면서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했는데, 왜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보이는지 모르겠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데, 너무 다 이긴 것처럼 행동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말 마지막까지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벌써부터 당선된 것처럼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마지막 날 유세 현장을 보고 우려했던 것처럼 승부는 초방빅 상황이 연출됐고, 하마터면 정권교체는 고사하고, 충청인들이 간절하게 목말라하던 ‘충청대망론’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뻔한 순간이었다.

이번 대선의 득표율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민들은 절묘하게 표심을 양분해주었다. 이번 대선의 표심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윤 당선인을 비롯한 국민의힘도 승리에 취해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이번 대선 표심만 놓고 본다면, 20대 대통령 취임식 후 불과 20일 만에 치러지는 6.1 지방선거에서의 표심도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나 국가원로들을 비롯한 대다수 국민들이 국민통합정부를 부르짖고 있으니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민통합을 완성해야만 한다. 다행히 지난 13일 윤 당선인이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비롯하여 부위원장과 기획위원장 그리고 7개 분과·3개 위원회로 구성된 인수위원회 조직에 대해 발표하면서 3개 위원회 중 하나를 국민통합위원회로 정한 것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말처럼 모든 정권이 국민을 이기려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다 낭패를 당한 점을 반면교사 삼아 오는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여 ‘새로운 대한민국’과 최초의 ‘성공한 정부’로 모든 국민들에게 기억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