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 제2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제31조 제4항에서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면서 대학의 자치에 대한 근거 조항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대학은 헌법에 대학의 자치에 대한 근거 조항을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상아탑으로서의 권위와 자격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급격하게 변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즈음 대학이 상아탑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대학은 본연의 모습인 기초교육과 학문 연구의 場(장)으로 남아 사회의 리더를 길러내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을 견인해야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하지만 며칠 전 본지의 단독 보도와 관련하여 한 대학 총장의 如厠二心(여측이심) 같은 행태를 지켜보면서 상아탑의 권위가 무너지고 있는 모습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지난 16일 본지는 ‘충남대-한밭대 통합 가시화’라는 기사를 단독 보도하게 되었고, 양 대학에서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간곡한 요청을 수차례 해오면서 긴급 편집회의를 통해 기사 송출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런데 기사 송출이 중단된 다음 날 두 대학에서는 총장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하였고, 그 중 한 대학에서 본지 기사를 ‘오보’라고 규정하며, 전날 기사를 내려달라고 수차례 간청할 당시와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도대체 무엇이 오보라는 말인가? ‘오보’라고 단정적인 표현을 쓰려면, 충남대-한밭대의 통합과 관련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진 적이 없어야만 한다. 최소한 충남대 총장처럼 “일부 사실과 달라 요청에 의해 현재는 기사가 내려진 상황이라”는 정도의 표현이었다면, 본지도 양 대학의 발전적 방향을 위한 大義(대의)에 공감하면서 그냥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총장이 입장문을 통해 “오보로서 현재 기사가 내려진 상태라”고 주장하는 태도는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으로 본지의 신뢰도를 훼손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흔히 정치인들이 뇌물 수수 등의 의혹에 휩싸이면 무조건 아니라고 잡아떼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한다. 그러다 사실로 드러나면, 정치인들은 얼굴을 가리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대학 총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로서 아직도 국민적 추앙을 받고 있는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이 지난 1987년 13대 대선에서 당선된 노태우 당선자에게 국무총리 제안을 받고, “고려대 총장이 국무총리보다 높은 자리인데 어떻게 고대 총장 하다가 국무총리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정도로 대학 총장은 그야말로 이 나라 최고의 지성으로서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자리다. 이런 대학 총장이 자신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정치인과 같은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면, 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지원자 수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고, 그와 더불어 지역대학의 위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 대학의 구조개혁과 대학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양 대학 관계자들은 국립대라는 지위가 언제까지 자신들의 안위를 보장해 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매년 퇴출 소식이 전해지는 사립대들을 지켜보면서 ‘설마 우리는 국립대니까 괜찮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은 충남대-한밭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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