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설날인 지난 1일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하여 ‘경북 7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경북 안동으로의 육사 이전을 공약했다. 이재명 후보의 경북 안동 육사 이전 공약 소식에 그동안 육사 유치를 천명하고 본격적인 행보를 보인 충남도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설 연휴가 끝난 지난 3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저는 도지사로서 먼저 당혹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육사 이전에 대한 저의 입장은 분명하고 단호하다. 육사 이전 공약을 다시 한 번 생각해 줄 것을 충남도민의 이름으로 정중하게 촉구 드린다”는 말로 이재명 후보에게 경북 안동으로의 육사 이전 공약 재고를 요청했지만, 자당의 대선 후보가 뒤통수 때리는 격으로 자신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경북 안동으로의 육사 이전을 공약한 것에 대해 당혹과 충격을 넘어 분노와 배신의 감정까지 싹틀 수 있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충남도의 육사 유치 계획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양승조 지사의 공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승조 지사는 당선 직후부터 TF팀을 구성해 육사 유치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검토해 왔으며, 충남도의회에서도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충남도의 육사 유치 계획을 지원하는 등 내부적으로 깊숙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수도권 주택공급 부지로 육사 이전이 거론된 지난 2020년 7월에는 당시 김용찬 행정부지사의 기자회견을 통해 육사 유치를 천명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였으며, ‘육사 유치 전담 TF’ 확대 구성을 비롯하여 국방부 이전 부지 선정 로드맵에 대한 중점 대응과 범도민 차원의 ‘충남민간유치위원회’ 구성 등에 대한 계획을 차례로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충남도는 육사 유치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운영하여 연구용역을 실시하였고, 지난해 4월에는 ‘육사 유치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한편 11월에는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육사 충남 논산 유치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하는 등 육사 유치를 위한 행보를 지속적이고 단계적으로 실천해왔다.

특히, 충남도는 계룡대에 위치한 3군 본부를 비롯하여 육군훈련소·국방대·국방산업단지가 자리한 이점을 십분 활용하면서 타 지자체와 비교할 수 없는 높은 국방 인프라를 바탕으로 육사 이전을 위해 전력투구하면서 장밋빛 청사진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경북 안동으로의 육사 이전을 공약하면서 충남도의 육사 이전은 물거품이 되는 것 같다. 더욱이 자당 후보인 이재명 후보가 오는 3월 9일 20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충남도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입맛만 다실 상황이다. 더구나 육사 이전 지역의 3선 시장으로서 현재 이재명 후보의 특보단장이자 충남선거대책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명선 시장이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정책본부에서 이런 내용 관리를 잘못했다”면서 “한 번 나온 일이라 쉽지 않겠지만, 문제를 제기하고 후보를 설득해서 해결하겠다”는 발언을 곱씹어보면 육사 논산 유치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재명 후보의 경북 안동 육사 이전 공약과 비교하여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 배치’ 단문 공약을 올린 바 있다. 윤석열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단문 공약 게시 이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역임한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이 지난 1일 MBC 라디오에 출연하여 사드 추가 배치 장소로 경기 평택 미군기지 내부·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육군훈련소가 있는 충남 논산 등을 언급하였다. 김재섭 위원장의 충남 계룡·논산 발언을 접한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인사들은 일제히 윤석열 후보를 비난하기에 바빴으며, 특히 지난 3일에는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7명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윤석열 대선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을 강도 높게 성토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시·도당에서도 윤석열 후보를 향한 비판 성명을 발표하는 등 윤석열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윤석열 후보는 사드 추가 배치만을 공약했을 뿐 충남 계룡·논산을 사드 추가 배치 후보지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윤석열 후보가 사드 추가 배치 장소를 충남 계룡·논산으로 명시했다면,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인사들의 강한 반발을 납득할 수 있으나, 윤석열 후보의 페이스북 단문 공약에는 ‘사드 추가 배치’라는 여섯 글자만 존재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인사들이 같은 당 소속 당협위원장이 사드 추가 배치 장소로 충남 계룡·논산을 언급한 내용을 마치 윤석열 후보의 발언처럼 동일시하는 것은 수긍하기가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인사들은 지난 3일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 17명이 공동성명을 통해 윤석열 후보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였던 것처럼 자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후보를 향해서도 육사 안동 이전 공약 철회 촉구를 요청하는 성명이라도 발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양승조 지사를 측면 지원하는 한편 자신들을 뽑아준 충청인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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