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안2-3지구 내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교용지 미확보로 대전이 시끌시끌하다. 학교용지 미확보라는 이야기만 들으면, 단순하게 대전시교육청의 잘못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학교용지 미확보라는 차질을 빚게 만든 행정주체가 대전시교육청라기보다는 대전시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급기야 유성3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기현 대전시의원은 지난 17일 “대전시가 도안2-3지구 내에 학교용지를 확보해달라는 대전시교육청의 3차례에 걸친 공문을 무시하고, 2019년 1월 29일 일방적으로 ‘도안2단계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해 고시했다”고 주장하며 같은 당 허태정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정 의원의 허 시장에 대한 공격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지난 19일 시정질문 마무리 발언에서 허 시장을 향해 “아이들의 학교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그런 의지를 갖고 시장을 하신다면, 이제 그 자리에서 내려오시길 바란다”고 맹폭했다. 정 의원이 같은 날 설동호 교육감에게 질문하는 내용과 비교해보면 뚜렷한 온도차가 느껴졌을 정도다.

물론 내년 6.1 지방선거 대전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경쟁 상대인 허 시장을 매섭게 몰아친 것으로 치부하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정 의원이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 사이에 오고간 공문을 토대로 분석하여 학교용지 미확보에 대한 대전시의 책임을 거론한 것은 허 시장으로서는 매우 뼈아픈 일이다. 그것도 상대 정당도 아닌 같은 정당 소속 정 의원의 허 시장을 향한 맹폭은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도 매우 수월한 일이다.

지난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단체장 시대를 맞이한 이후 허 시장까지 5명의 시장이 대전시정을 이끌어왔지만, 시장과 같은 정당 소속 의원이 시장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다그친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허 시장이 당내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어 시민의 입장에서 씁쓸한 마음 금할 수 없다.

허 시장은 비단 도안2-3지구 내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교용지 미확보로 비판을 받는 것만이 아니다. 허 시장은 지난 9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시 9급 공무원 사건의 사후 처리 과정에서도 과연 대전시 책임자로서 적절한 리더십을 갖고 있는 것인지 시민들을 의아해하게 만든 바 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세대 간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에 항상 노출됐다”는 책임 회피식의 대전시 보도자료를 접한 많은 시민들을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 2018년 7월 1일 취임한 허 시장은 베이스볼 드림파크 선정부터 구 충남도청사 훼손 사건까지 행정력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며, 전국시도지사 직무수행 만족도에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학교용지 미확보로 같은 당 소속 의원으로부터 하차 요구를 받고, 9급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대전시 감사위원회의 대응은 허 시장을 四面楚歌(사면초가)로 만들고 있다. 그나마 허 시장 재임 중 잘한 정책을 꼽으라면, 지난 9월 14일 시정브리핑을 통해 만 3세 미만 영·유아 가정에 매월 30만원을 지급한다는 ‘대전형 양육기본수당’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출산율 세계 최하위라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세종시로의 인구 유출로 인구 150만명이 붕괴된 대전시에 허 시장이 발표한 ‘대전형 양육기본수당’ 정책은 그나마 시의적절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2021년도 달력도 한 장만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임기 역시 7개월 남겨 놓은 허 시장이 같은 당 의원으로부터도 하차를 요구 받는 무능한 시장이 아니라 ‘대전형 양육기본수당’ 정책 등의 발굴로 시민들에게 박수를 받는 시장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