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오는 13일부터 시행된다. 지난 1991년 6월 20일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지 30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루어낸 의회의 인사권 독립 확보로 전국의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그래서 처음 시행되는 의회의 인사권 독립 조기 정착과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의 대다수 집행부와 의회는 인사 운영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서로간의 상생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손을 맞잡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전국적인 축제 분위기가 지난 1일자로 단행된 대전 중구청의 인사로 인해 일순간 얼어붙었다. 박용갑 중구청장은 지난 1일자 인사에서 ‘지방자치법’ 및 ‘대전광역시 중구 의회사무국 직원 추천 등에 관한 조례’에 명시된 절차를 위반한 채 의회사무국 전문위원을 일방적으로 발령했다. 박 청장의 인사 발령에 대해 중구의회는 즉각 반발했으며, 지난 3일 제239회 임시회 소집을 통해 ‘의회사무국 전문위원 인사발령 거부 성명서’ 채택 및 ‘1월 1일자 의회사무국 전문위원 인사발령 취소소송 등의 건’ 의결로 맞섰다.

또한 김연수 중구의회 의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박 청장의 1일자 인사에 대해 “의장의 추천과 협의도 없이 반의회주의 날치기 인사가 강행됐다”면서 “해당 인사를 철회하고 대체 인사 조치 등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중구의회의 이 같은 반발에 대해 중구청은 “의회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불가피하게 해당 공무원을 인사발령 낸 것이라”고 해명한 후 “당시 신규 5급 공무원이 5명 있었으나 모두 ‘의회사무국 전문위원’ 발령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기에 행정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면서 “협의할 생각은 없다”며 “소송이 진행될 경우 대응하겠다”는 납득할 수 없는 입장을 전했다.

과연 의회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 한 상황에서 “의회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행정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는 답변이 타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 또한 축제의 분위기에서 오는 13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시행을 맞이해도 시원찮은 판에 “소송이 진행될 경우 대응하겠다”는 중구청의 발언에서는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어 구민들이 입을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숨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김 의장의 주장처럼 박 청장의 지난 1일자 인사 발령은 의회의 조례에서 정한 사무직원 인사예정일과 대상자 선정 등 추천 절차의 위반이 분명하며, 지방의회와 자치단체 간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지방자치제도를 무력화시키는 행위임이 명백하다. 중구청 역시 “의회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첫 단추를 잘못 꿴 책임은 오롯이 박 청장에게 있다. 따라서 ‘의회사무국 전문위원’ 발령이 법적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박 청장이 結者解之(결자해지)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박 청장이 의회와의 해묵은 감정 때문에 강 對 강으로 맞선다면, 자신에게 3선 구청장이라는 영예를 안겨준 중구민들에게도 도리가 아니다.

특히, 중구 최초로 3선 구청장에 오른 박 청장은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 후보로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오는 2024년 22대 총선에서도 유력 후보군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박 청장 역시 대전시의원을 역임한 후 3선 구청장에 오른 인물로서 반 의회주의자라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지난 1일자 인사를 철회하고, ‘지방자치법’ 및 ‘대전광역시 중구 의회사무국 직원 추천 등에 관한 조례’에 근거하여 의회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이번 사태를 매끄럽게 마무리해야만 한다. 박 청장이 구청장 임기를 마무리할 때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때만이 향후 정치적 행보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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