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시장이 조직문화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허 시장은 지난 8일 온라인으로 중계된 12월 확대간부회의에서 “뼈아프고 여러 불행한 일들이 있었다. 사건을 떠나 디지털 전환시대에 맞는 조직문화 개선과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며 조직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허 시장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조직문화 개선 방안 제시와 함께 코로나19 방역체계 재편을 강조하는 한편 민선 7기 들어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거나 면제된 사업 등이 11건에 이르는 점을 거론하면서 시민들과 성과를 공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허 시장의 이런 발언은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아니, 부족하다기 보다는 일의 先後(선후)가 틀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확대간부회의에서 2022년 정책방향 및 역점과제 등을 점검하고, 올해보다 더 나은 내년을 위해 새해를 설계하는 것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성과를 공유하고 새해를 설계하는 것보다 먼저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잘못된 부분에 대한 처절한 반성의 모습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29일 대전드림타운 ‘신탄진 다가온’ 기공식 현장에서 공사 감리단장이 사업개요를 보고하던 중 작두를 꺼내 자신의 왼쪽 약지를 절단한 사건에 대해서는 대전시 행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시민들에게 정중히 머리 숙여 사과해야만 한다. 당시 다수의 시민이 포함된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끔찍한 상황을 직접 목격했고, 대전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가 되고 있었던 엄청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전시 행정의 최고책임자인 허 시장이 자신과는 관계없는 듯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회사 측의 사과만으로 유야무야 넘어갈 일은 절대 아닌 것 같다. 최소한 허 시장이 지난 8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확대간부회에서 시민들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면, 일부러 기자회견 일정을 잡아서 대시민 사과를 하지 않았더라도 대전시 행정의 최고책임자의 올바른 자세라고 평가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을 간과한 것 역시 매우 아쉽다.

아울러 허 시장이 지난 8일 12월 확대간부회에서 언급한 조직문화 개선 역시 그렇다. 시장에 취임한지 3년이 지났고, 재선의 유성구청장까지 포함하면 선출직으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의사결정권자의 위치에 있었던 허 시장이 임기 초에 조직문화 개선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야 조직문화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구성원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그리고 대전시의 首長(수장)으로서 소속 공무원들의 연이은 극단적인 선택이 있고 나서야 조직문화 개선을 제시하는 것은 死後藥方文(사후약방문)이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허 시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남은 임기 동안 무엇인가를 더 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까지 벌여 온 일이나 매끄럽게 마무리했으면 한다. 조직문화 개선 역시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이 아니라 허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민선 8기의 시작과 동시에 본인이 머릿속에 그려온 조직문화를 마음껏 펼쳐나가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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