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이 정확히 72일 앞으로 다가왔다.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10일 정오 1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취임선서를 마친 후 취임사를 통해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라고 언급한 이후 국민들 입장에서는 썩 달갑지 않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 20대 대선 역시 문 대통령이 언급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연속선상에서 그 동안 역대 대선에서 보지 못했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선’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

먼저, 이번 대선과 역대 대선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면, 당선이 유력시되는 집권여당과 제1야당 후보가 여의도 경험이 全無(전무)하다는 점이다. 물론 국회의원을 지내지 않았다는 점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13대 대선부터 2017년 5.9 대선까지 여야 유력 후보들이 국회의원을 역임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특이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그 동안 일곱 차례 대선에서 승리를 차지했던 후보들은 지역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비례대표 경험이라도 갖고 있어 여의도 문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의도 경험이 全無(전무)한 이번 20대 대선의 집권여당과 제1야당 후보에 대해 일부 국민들이 정치력에 있어 우려를 표하는 것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두 번째로는 대선을 앞두고 선거중립내각은 고사하고 집권여당 출신 인사들이 내각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87‘ 체제 이후 노태우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대선을 70여일 앞둔 시점에서 국무총리와 사회부총리를 비롯하여 선거관리 주무 부처장관인 법무부장관과 행정안전부(내무부·행정자치부·안전행정부 포함)장관을 집권여당 출신 인사가 장악하고 있었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특히, 이번 20대 대선은 여당 소속의 현역 국회의원이 선거관리 주무 부처장관인 법무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을 맡고 있으며, 통일부장관·문화체육관광부장관·중소벤처기업부장관·환경부장관 역시 여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이다. 역대 어느 대선에서 집권여당 출신 인사들과 현역 국회의원들이 포진한 가운데 치러진 경우가 있는지 묻고 싶다.

세 번째로는 집권여당 후보가 87‘ 체제 이후 최초로 컨벤션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火天大有(화천대유) 의혹’이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여러 의혹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도 못하고, 누가 보더라도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에 대해 측근이 아니라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특히 최근 사망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10박 11일간의 호주 해외 출장을 간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번호는 입력이 돼 있는데 기억은 안 난다”는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일삼는 집권여당 후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이루 형언할 수 없다. 과연 역대 어느 대선에서 이런 집권여당 후보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는 제1야당 대표의 선대위 이탈이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선거에서 그것도 제1야당으로서는 정권탈환에 있어 절체절명의 순간인 대선을 목전에 놓은 상황에서 당 대표가 자신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는다고 당연직 상임선대위원장 직책을 사퇴한 채 평론가처럼 방송에 나가 관전평이나 하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상식 밖의 일이다. 그것도 당 대표는 유지한 채 상임선대위원장 직책만 내려놓겠다는 제1야당 대표의 행태는 ‘집안 식구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가출한 가장이 가장의 지위는 유지하겠다‘고 우기는 처사와 매한가지다. ‘총성 없는 전쟁’에서 戰場(전장)을 이탈한 제1야당 대표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한숨만 길게 내쉴 뿐이다. 과연 역대 어느 대선에서 이런 제1야당 대표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정책 대결이 실종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20대 대선이 국민들만 불행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선’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여야 유력 후보들이 ‘빠 정치’에 신물난 일반 국민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려야만 할 것이다. 여야 유력 후보들이 ‘빠 정치’에 함몰되지 않을 때만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시름에 잠긴 국민들에게 국민들만 불행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선’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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