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향년 90세의 일기로 서거했다. 공교롭게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난 23일은 33년 전 권력의 최고 정점에서 내려와 榮(영)이 아닌 辱(욕)의 시발이었던 백담사 유배를 떠나던 날이라고 하니 우연치고는 참 기이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평생의 동지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조차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일이었던 10월 26일에 유명을 달리한 것을 보면, 이들 사이에는 우연이 아닌 무엇인가 정해진 운명이 내재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불과 28일 간격으로 전·노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평생의 동지이자 12.12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두 명의 전직 대통령 중 먼저 서거한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이 애도를 표하며 조문 행렬이 줄을 이었다. 정부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하여 국가장으로 장례를 엄수하는 등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를 다했으며, 대다수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이 6.29 선언을 통해 국민의 직접 선거로 대통령에 취임하고, 재임 중 범죄와의 전쟁 선포나 북방외교 등에서 큰 결실을 거둔 것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아들 노재헌 씨를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희생당한 광주시민들에게 사과를 한 이후 지속적으로 진정성이 담긴 사과 입장을 표명한 부분이나, 법원으로부터 추징된 추징금 2628억원 전액을 자진 납부하는 등의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은 비록 노 전 대통령이 과거 12.12 쿠데타로 헌정을 유린했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는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빌었다.

반면 전두환 대통령의 서거를 받아들이는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은 매우 냉담했다. 전 전 대통령은 12.12 쿠데타와 광주민주화운동의 유혈 진압을 통해 국민들의 직접 선출에 의한 대통령 취임이 아닌 일명 ‘체육관 대통령’으로 권력을 찬탈한 점이나, 노 전 대통령과 달리 생전 자신의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주장하며 추징금 2205억원 중 956억원을 미납한 점 등이 국민들의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희생당한 광주시민들에게 단 한 차례의 사과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 대다수 국민들은 공분했다.

정치권에서도 국가장으로 장례를 엄수한 노 전 대통령과 달리 전 전 대통령에게는 국가장을 용인하지 않았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전씨 관련 국가장 논의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발언한 부분은 현 정부의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한마디로 함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여권 정치인들은 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생략하고, 전두환 씨라고 명명하며, 亡人(망인)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도 아직 씻기지 않은 울분을 표출하기에 바빴다.

또한 제1야당 국민의힘에서도 전 전 대통령에게 대한 조문에 일정한 거리를 두었고, 김기현 원내대표나 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만 개인적으로 조문을 하는 등 당 차원에서의 조문은 일절 없었으며, 조문객들로 북적대던 노 전 대통령의 빈소와는 달리 5공화국 인사들 정도만 빈소를 지키는 등 전 전 대통령의 빈소는 적막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결국 진심어린 사과의 유무가 노 전 대통령과 전 대통령의 국민들의 평가를 갈랐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특히, 큰일을 한다는 정치인들은 일반인들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지를 확률이 높다. 노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대하는 국민들의 태도에서 알 수 있듯이 진심어린 사과는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流芳百世(유방백세)요, 遺臭萬年(유취만년)’이라고 했다. 국가의 명운을 가릴 내년 3월 9일 20대 대선을 정확히 100일 앞두고, 모든 정치인들이 流芳百世(유방백세)하겠다는 자세로 政事(정사)에 임한다면, 국정의 안정은 물론 국운의 융성도 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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