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9월 개봉했던 김승우와 故 장진영 주연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라는 로맨스·멜로 영화가 있었다.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비견될 정도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지닌 인사가 최근 정치권에 등장하여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바로 역대급 막말러로 등극한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다. 지난 7월 29일 대한민국 정부 최초로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당연직 참석자도 아닌 최동석 처장은 발언권을 자청하여 “요즘 유명해지고 있어서 대단히 죄송스럽습니다”라는 황당한 말을 내뱉었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최동석 처장이 “정치판에 얼씬도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저격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민주당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힐난했던 우상호 정무수석도 자리에 함께 했지만, 자신의 막말에 상처를 입은 강훈식 실장이나 우상호 수석에 대한 사과는 고사하고, 자신의 유명세를 운운하는 황당함에 참석자들은 물론 국무회의 생중계를 지켜보던 국민들마저도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차관급 인사라고 부르기에도 무색할 정도로 최동석 처장에 대한 논란은 자고 일어나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동석 처장이 자신의 유튜브에서 발언한 내용을 열거하면,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최동석 처장의 막말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인사들에 대해 맹비난하거나, 현재 이재명 정부의 주요 직책을 차지하고 있는 인사들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진영을 넘어선 亂射(난사) 그 자체다. 오직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만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든지 “민족의 축복” 등 듣기도 민망할 정도의 용비어천가를 늘어놓았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용비어천가는 그렇다 치자. 다른 직책도 아니고 인사혁신처장이라는 사람이 “삼권분립은 더 이상 필요 없다”라든지 “인사는 코드인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치며, 대한민국 80만 공직자들의 인사를 관리한다는 사실이 기가 막힐 지경이다. 며칠 전에는 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던 윤미향 전 의원을 두둔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가 절대 선은 아니다 횡설수설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를 흡집내려는 수작이라”며 이용수 할머니를 비판했던 사실까지 알려졌다. 우리 후손들이 보듬어드리고 감싸 안아드려야 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도 저런 막말을 퍼붓는 인사가 차관급 인사혁신처장이라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다. 최동석 처장의 발언에 이용수 할머니가 “인사혁신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분노할 만하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이용수 할머니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최동석 처장을 고발했다고 하니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용수 할머니의 노여움과 서운한 마음을 풀어주었으면 한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최동석 처장의 경우는 세평까지 들어볼 필요도 없이 유튜브만 검색했어도 인사혁신처장의 자리까지 올라갔을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최동석 처장의 유튜브 발언을 들어보면, 어떤 인사검증자라도 “저 사람은 도저히 공직에 취임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가 19개 부처 장관 밑의 차관도 아니고 80만에 달하는 공직자들의 근무평정을 관리하고, 인재를 추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어찌보면 장관 이상의 자리에 저런 瑕疵(하자)투성이의 인사를 초대 인사혁신처장으로 발탁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오죽하면 원조 친명으로 평가받는 충남 예산 출신의 김영진 의원조차 지난 7월 31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최 처장 같은 사람을 추천한 사람도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을까? 진영 내에서조차 비판받는 인사에 대해서는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의 전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시간을 끌지 말고, 단호하게 대처하여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만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의 장·차관 발탁은 필연적으로 민심의 이반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자신들의 장·차관 인사에 대해 자화자찬하며 국민들과 맞서다 결국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국민주권정부를 자임하는 이재명 정부에서는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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