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제 33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 중 대전·세종·충남의 교육감들은 3선 연임 제한으로 출마할 수 없게 된 가운데,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어떤 인물들이 당선되어 3개 시·도의 유·초·중·고·특수교육을 이끌어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인지 진보인지 아리송한 행보로 인하여 양 진영 모두에서 지탄을 받고 있는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자신의 후계자로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교진 세종시교육감과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이미 자신의 후계자로 특정 인물을 낙점했다는 이야기들이 교육계 안팎에서는 파다하게 퍼져있는 상황이다.

물론 최교진 세종시교육감과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자신의 교육철학을 계승해 줄 후계자를 염두에 두는 것을 굳이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현직 교육감이 내년 6.3 지방선거에 출마를 공식화하고 있는 자신의 후계자를 마음속 응원이나 以心傳心(이심전심)을 통한 측면 지원을 벗어나 어찌 보면 사전선거운동이라고도 볼 수 있을 정도의 아낌 없는 노골적 지원을 해주는 행태는 교육감으로서 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자질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지난 3일 당진교육지원청 대강당에서는 충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홍기후 의원이 주관한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시행에 따른 발전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의정토론회가 개최되었다. 김지철 교육감은 이날 행사에 장문의 축전을 보냈는데, 의정토론회 자리에 자신의 후계자로 알려진 이병도 천안교육장을 보내 대리 축사를 하도록 하는 친절까지 베풀었다. 그렇지 않아도 천안지역 행사에서 이병도 천안교육장이 김지철 교육감을 대신하여 축사를 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일이었다. 이병도 천안교육장이 천안지역 행사에서 김지철 교육감을 대신하여 축사를 하는 것은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김지철 교육감이 천안도 아닌 당진에서 진행되는 행사까지 이병도 천안교육장을 보내 대리 축사를 시키는 행태는 나가도 너무 나간 일이 아닌가 싶다. 특히, 본인 명의로 장문의 축전까지 보내고도 말이다.

일반적으로 교육감이 참석해야 할 자리에 부득이 참석하지 못하게 되면, 부교육감이나 해당 국장이 대신 참석하여 교육감의 뜻을 전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다. 대전시교육청 국장 출신의 가까운 지인에게 이번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교육장이 자신의 관할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가서 교육감을 대신해 축사를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병도 천안교육장은 이날 축사에서 “오늘 당진교육장을 비롯하여 모든 교육장들이 교육감과 함께 내포에서 행사 중이라 저도 거기 가야 하는데, 교육감이 못 오시게 되어 저보고 ‘당신이 대신 가서 인사를 하고 오라’고 하셔서 허락받고 왔다”고 밝혔다. 또한 이병도 천안교육장은 당진 근무 경력과 고교학점제 추진 경험 등 ‘자기 업적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이 정도면 김지철 교육감이 이병도 천안교육장에게 선거운동을 하라고 판을 깔아준 것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특히, 모든 교육장들이 내포에서 행사 중이면, 이병도 천안교육장 역시 내포의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맞는 일이고, 오히려 송하종 당진교육장을 의정토론회 자리에 참석시켜 대리 축사를 하도록 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다. 그러니 당진의 행사장까지 보낸 김지철 교육감이나, 김지철 교육감이 가라고 한다고 해서 당진의 행사장까지 가서 대리 축사를 하는 이병도 천안교육장이나 도긴개긴이라는 빈축을 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지철 교육감이 송하종 당진교육장은 내포 행사에 참석시키고, 지역도 다른 이병도 천안교육장을 당진까지 급파하여 대리 축사를 시킨 것을 보면,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후계자가 바톤을 이어받지 못하면, 절대로 안 되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김지철 교육감은 지난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보수진영 후보들의 난립 속에 서만철 후보를 1.18%p 차이로 간신히 따돌리고 당선된 후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역시 漁父之利(어부지리)로 당선되어 지금까지 11년 동안 충남교육을 이끌고 있다. 그러면 김지철 교육감은 다른 지역 교육감들보다 더 낮은 자세로 충남교육의 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교육가족이나 도민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하지만, 김지철 교육감의 최근 행보를 지켜보고 있으면, 충남교육의 발전보다는 자신의 후계자 당선이 더 우선인 것 같아 씁쓸한 마음 금할 수 없다.

무릇 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이라고 했다. 김지철 교육감이 더 이상 度(도)를 넘어서는 후계자 지원으로 괜한 口舌(구설)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며, 3선 교육감의 무게감을 고려하여 채 1년도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충남교육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방안을 찾는 일에만 심혈을 기울여 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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