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6일 충남 보령 출신의 장동혁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됐다. 1.5선에 불과한 장동혁 의원이 지난 6.3 조기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던 그야말로 정치권에서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김문수 후보를 2,367표(0.54%p) 차이로 근소하게 따돌리고 당대표로 선출되자 지난해 22대 총선 완패를 시작으로 연이은 패배에 위축되어 있던 대전지역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특히, 8.22 전당대회 기간 내내 전한길 강사 등 강성 지지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면서 당선의 영광을 안은 장동혁 당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연일 쏟아내던 강성 발언은 뒤로 한 채 당내에서 비교적 온건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부산 출신인 4선의 김도읍 의원을 三顧草廬(삼고초려) 끝에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하는 등 국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런데 새로운 지도부 출범에 따라 변화와 쇄신의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국민의힘 중앙당과는 달리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아직도 제자리걸음만 지속하는 느낌이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지난 8월 28일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하여 부위원장·상설위원장·특별위원장·대변인 등 총 67명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상민 대전시당위원장은 당직자 임명 직후 인사말을 통해 “이번 당직 인선은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대비해 시민 곁으로 한층 더 다가가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대폭 신설하여 시민들의 불편을 직접 청취하고 해결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당직 인선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변경한 후 지난해 6월 대전시당위원장으로 합의 추대된 이상민 위원장이 3개월이 지난 9월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꾸렸던 당직 인선 내용에서 부위원장단이 12명에서 18명으로 늘어난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도 누리봉사단에서 단원으로 활동하는 인사들에게 부위원장 임명장을 수여한 것 아니면, 기존에 대전시당에서 활동하다 다시 임명된 인사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아울러 기존에 존재하던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대부분 그대로이며, 건강증진특별위원회 등 28개의 특별위원회를 추가로 꾸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등을 중심으로 위원장에 임명한 것이 이번 인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민 위원장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나가면서 시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등 알맹이는 없는 거창한 말로 내년 6.3 지방선거 대비를 위한 조직 강화를 운운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최소한 이상민 위원장은 진보진영의 분열로 치러진 지난 4.2 유성구 제2선거구 시의원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사과와 前 대변인의 부인 성 착취 의혹 논란 등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가 선행됐어야만 한다. 그런데 그런 사과는 고사하고, 지난해 9월 당직 인선과 ‘복붙’ 수준이나 진배없는 인선을 갖고, 자화자찬에만 여념이 없는 이상민 위원장이 애처로울 지경이다.

오죽하면 며칠 전 만났던 국민의힘 전신 정당부터 40년 넘게 국민의힘을 지키고 있는 한 인사는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대전지역 7개 의석을 전부 빼앗겼고, 지난 6.3 대선에서도 8%p 정도의 패배를 당했으면, 시당위원장이 앞장서 하루 빨리 조직을 정비하고, 내년 6.3 지방선거에 대비해야 하는데, 시당위원장은 전화를 해도 연결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사무처장은 지역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며, 이제까지 실무를 총괄하다시피 한 사무부처장은 이제 시청으로 들어가게 됐으니 앞으로 시당 운영은 지금까지의 운영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더욱 가관일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 인사의 하소연처럼 국민의힘 대전시당의 지금 처지는 日暮途遠(일모도원)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따라서 국민의힘 대전시당이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려면, 알량한 시당위원장이니 당협위원장이니 하는 감투에 연연하지 않고 진정으로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이 그나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움다운 싸움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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