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77년 동안 준사법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한 검찰이 조만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검찰청 해체 등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하고,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을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추석 밥상에 검찰청 폐지를 올려드리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던 만큼 검찰 폐지는 그야말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는 비굴한 모습을 보였고, ‘죽은 권력’에는 납득할 수 없을 정도의 강압 수사를 단행하여 국민적 비판을 받은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도 검찰청 해체에 대해서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정부와 집권여당이 검찰 폐지로 인해 빚어질 여러 부작용은 看過(간과)한 채 속전속결로 밀어붙여 단지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하기만 하면 대한민국의 수사 능력이 향상되고, 피의자의 인권 보호가 강화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옛말처럼 검찰청을 해체하면서 그 피해는 오롯이 일반 국민들만 입게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집권여당의 주장처럼 검찰개혁은 시대적 소명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검찰개혁을 ‘검찰 폐지’에만 방점을 찍고, 검찰청 해체만이 정답이라는 듯이 밀어붙이는 정부와 집권여당의 행태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바람직한 검찰개혁은 검찰이 無所不爲(무소불위)로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을 적절히 견제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지 검찰이라는 이름만 없애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여 공소청과 중수청을 신설한다고 해서 검찰개혁이 담보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면에서 정부와 집권여당의 검찰개혁 방법이 우려스러운 이유다.
아울러 우리 헌법 제89조는 “다음 사항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6호에서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헌법학자들은 헌법 제89조 제16호에 ‘검찰총장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규정한 만큼 현행 헌법 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만으로 검찰청을 해체하는 것에 대해서 위헌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정부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총장은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그것은 단순히 검찰청 해체에 방점을 찍은 정부와 집권여당 인사들의 주장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 제16조는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정부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채로 헌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한다면, 헌법 제89조 제16호에 명시돼 있는 ‘검찰총장’이라는 표현을 비롯하여 헌법 제12조 제3항과 헌법 제16조에 명시돼 있는 ‘검사’라는 표현은 도대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아무리 정부와 집권여당이 검찰청을 해체하고,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하여 검찰개혁을 완성하고 싶더라도 헌법 제89조 제16호 등과 충돌할 수 있는 위헌 논란 등 문제가 될 소지는 처음부터 없애고 출발해야 국민들의 지지도 끌어내기가 쉬울 것이다.
검찰개혁의 본질은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하는 것이지 검찰을 폐지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부와 집권여당이 조속한 검찰청 해체에만 몰두하여 위헌 논란에 휩싸일 것이 아니라 검찰개혁의 본질인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검찰권 남용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검찰개혁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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