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여유롭게 당선된 가운데, 승자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여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구성을 의결하는 등 자신들의 로드맵에 맞추어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과시하고 있다. 반면, 집권 3년 만에 제1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의 경우 전당대회 일정은 고사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지속할지 아니면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로 당을 쇄신해 나갈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대선 패배에 따른 책임 공방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특히,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9월 초까지 전당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김용태 위원장의 입장을 지지하는 친한계와 김용태 위원장의 입장에 반대하는 친윤계의 대립이 볼썽사나울 지경이다.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 전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당 정비를 통한 쇄신에 박차를 가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차기 黨權(당권)의 향배에 따라 내년 6.3 지방선거 공천 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당의 목적이 정권 획득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총선이나 지방선거 패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구성원들에게 있어 대선 패배의 충격파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하기 위한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내기 위한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작금의 국민의힘 행태를 보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은 고사하고, 난판선이 된 제1야당의 黨權(당권)만 꿰차면 그만이라는 생각들로만 가득차 있는 것 같다.
특히, 국민의힘은 지난 5월 10일 새벽 대한민국 정당 역사상 초유의 일로 회자될 김문수 후보의 자격 박탈과 한덕수 후보 입당 및 후보 등록 공지를 자행하며, 정당 민주주의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 바 있다. 오죽하면 1993년 3월 당대의 꽃미남 가수 김원준이 불러 가요톱10 4주 연속 1위를 달성했던 ‘모두 잠든 후에’가 다시 한 번 소환되었을까? 그래서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 바꿔치기에 앞장선 쌍권(권영세와 권성동)은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 사퇴만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을 나락으로 몰고 간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까지 선언해야만 한다.
그리고 당내에 남아서 처음부터 후보 중심의 선거운동에 적극 동참하지 않고, 막바지에서야 마지못해 선거운동에 동참한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 인사들 역시 白衣從軍(백의종군)을 통해 당권만을 노렸다는 일부의 시선을 해소하고, 오로지 당의 정상화에만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릇 天時不如地利(천시불여지리)요, 地利不如人和(지리불여인화)라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순간부터 하늘의 때 즉, 天時(천시)도 좋지 않았고, 또한 지난해 22대 총선 참패로 인하여 땅의 이로움 즉, 地利(지리) 역시 좋지 않았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맞물려 탄핵 찬성 vs 탄핵 반대로 당 내홍이 극에 달했으며, 쌍권(권영세와 권성동) 지도부에 의한 ‘모든 잠든 후에’ 후보 교체 시도는 국민의힘이 6.3 조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앗아가고 말았다. 가장 중요한 人和(인화) 즉, 사람 간의 화합에서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6.3 조기 대선에서 승리하고자 했다면, 그것이야말로 ‘도둑놈 심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天時(천시)도 地利(지리)도 따라주지 않는 작금의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전쟁 승패의 제일 중요 요소인 人和(인화)의 회복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국민의힘 구성원 모두는 오로지 黨權(당권) 투쟁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人和(인화)의 회복을 통해 당을 재정비하여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제1야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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