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벌어진 조해주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우스운 작태를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단순한 이치를 어겼을 때 불러오는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5.9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시절 공명선거특보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 전 상임위원의 임명은 후보자 지명부터 여야의 첨예한 대립을 불러왔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실질적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선관위 상임위원이 정치적 편향성을 띄고 있는 것도 모자라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19대 대선 백서에 버젓이 ‘조해주 공명선거특보’라고 명시되어 있는 사실에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선관위 상임위원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하지만,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19대 대선 백서의 ‘조해주 공명선거특보’라고 표기된 사항을 “백서에 이름을 올린 것은 행정착오”라고 맞서며, 더불어민주당 사무처 확인서까지 발급해주면서 조 전 상임위원의 임명을 엄호하고 나섰으며, 조 전 상임위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아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한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여론의 지적은 아랑곳없이 결국 조 전 상임위원의 임명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야당의 반발과 많은 우려 속에 임명되기는 했지만, 조 전 상임위원이 선관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고, 동고동락을 함께했던 동료들의 지원 속에 임명 과정에서의 불신의 벽을 뛰어 넘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여 안정적으로 선관위를 이끌어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처럼 조 전 상임위원의 지난 행보를 지켜보면 박수를 쳐줄 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특히, 최근 자행된 조 전 상임위원의 선관위원 꼼수 임기 연장은 많은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조 전 상임위원은 오는 24일 3년 임기의 상임위원 임기 만료일을 앞두고 사표를 제출했으나, 문 대통령이 선관위원의 임기가 6년인 점을 감안하여 사표를 반려하면서 조 전 상임위원이 비상임 선관위원으로 3년 더 재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야당을 비롯한 선관위의 전직원들이 반발하기에 이르렀다.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 전 상임위원은 비상임 선관위원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였으나, 지난 20일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 및 사무처장 등 지도부가 긴급회의를 통해 조 상임위원의 즉각 사퇴에 대한 의견을 만장일치로 결의하고, 2,900여명에 달하는 선관위 전직원이 조 전 상임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결국 하루 만에 백기 투항하고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고 말았다. 조 전 상임위원은 지난 21일 선관위 내부 전산망에 후배들에게 대한 사과 입장을 표명했지만,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선관위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진 뒤였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부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상 초유’의 일로 국민들의 분노게이지는 상승하고 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에 이어 징계 결정을 단행하지 않나, 국가의전서열 2위인 입법부 首長(수장)인 국회의장 출신을 행정부 수반인 국무총리로 임명하지 않나,  현직 법무부장관과 법무부차관이 나란히 재판을 받는 광경을 보여주지 않나, 사법부의 首長(수장)인 대법원장이 집권여당의 판사 탄핵에 보조를 맞추는 듯한 발언도 모자라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는 등의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 한 두 차례가 아닌데, 국가적 大事(대사)인 20대 대선을 채 50일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선관위의 首長(수장)까지 ‘사상 초유’의 일에 휘말리게 되는 상황을 접하게 되니 씁쓸한 마음 금할 길 없다.

대통령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임 일성이 이런 ‘사상 초유’의 일이라면, 국민들은 더 이상 이러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 미련이 없다는 사실을 하루 빨리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사상 초유’의 정부라는 비아냥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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