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조기 대선이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12일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 독주 체제가 이어졌으나,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 발표된 대다수 여론조사에서는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진영 간의 결집이 이어지면서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며 맹추격에 나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지지율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이재명 후보가 선거 막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18일 경제 분야·5월 23일 사회 분야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해박한 지식과 상대 후보의 허점을 꼬집으며 토론 강자의 면모를 드러냈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5월 27일 정치 분야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 장남의 과거 여성혐오 내용을 표현하다 방송에서 사용하기 부적절한 일명 ‘젓가락 발언’으로 인한 후폭풍에 휘말리면서 2024년 22대 총선 당시의 ‘화성 동탄 모델’을 통한 마지막 반전을 꾀하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모든 선거에서 막바지에 접어들면 자주 벌어지는 일들이 후보자나 측근들의 舌禍(설화)로 인한 유권자들의 외면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한 유시민 씨의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부인 설난영 여사에 대한 비하 발언이 선거 막판을 후끈 달구고 있다.
‘진보진영의 나팔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유시민 씨는 지난 5월 28일 밤 9시 공개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제354회 방송에서 설난영 여사와 김문수 후보가 노조 활동 중 만난 사실과 관련하여 고졸 출신 노동자인 설난영 여사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문수 후보를 만나 결혼을 한 후 국회의원 사모님도 되고, 경기도지사 사모님도 됐으니 김문수 후보에 대해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이제 대통령 사모님까지 될 수 있으니 ‘제정신이 아니라’는 식으로 발언하며 ‘비판의 십자포화’를 받고 있다.
유시민 씨의 설난영 여사 비하 발언에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여성계와 진보진영 내에서도 유시민 씨의 발언을 성토하고 나섰다. 대전여성협의회 등 대전지역 18개 여성단체는 지난 5월 31일 유시민 씨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으며,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통령 후보도 유시민 씨의 발언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또한 진보진영에 우호적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역시 유시민 씨의 해당 발언을 ‘계급·성차별’ 망언으로 규정하며 격분하고 있다. 특히, 유시민 씨와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원석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괴한 학벌 우월주의에 여성 비하·노동자 비하라”면서 “아무리 선거에 몰두해도 어떻게 이리 참담한 말을 하나?”라며 “설난영 씨를 비판해도 이런 식으로 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박원석 전 의원은 이어 “그 시대에 많은 학출 운동가들과 현장 노동자들이 결혼을 했는데, 그분들이 저 발언을 어떻게 느낄까?”라고 물은 후 “당장 고 노회찬 의원과 김지선 여사도 마찬가지 경우의 부부인데, 유시민 작가는 그런 분들에 대한 예의도 없나?”라면서 “당장 사과해야 한다. 군말 없이 사과하지 않고 ‘여성이나 노동자를 비하한 게 아니다. 설난영 씨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의 비평’이라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는다면 그냥 뇌 썩은 이준석이 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시민 씨는 ‘미운 놈이 미운 짓만 골라 한다’는 말처럼 지난 5월 30일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표현이 거칠었던 건 잘못이었다. 계급주의나 여성·노동 비하가 아니었다. 그 표현을 고치면 합목적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뜻이에요”라고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냥 깨끗하게 사과했으면, 그만일 것을 우월감과 선민의식에 찌든 유시민 씨의 사과는 설난영 여사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유시민 씨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시절이었던 지난 2020년 9월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계몽군주’라고 칭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도 있다. ‘진보진영의 어용지식인’을 자처하는 유시민 씨가 김정은 ‘계몽군주’ 발언도 모자라 이제는 삐뚤어진 여성관과 학벌 우월주의에 찌든 진심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어찌 되었든 유시민 씨는 자신의 발언이 “여성·노동 비하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민심은 들불처럼 끓어오르고 있는 것 같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 발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단 한 차례도 1위를 빼앗긴 적이 없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만약 김문수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한다면, 김문수 후보의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은 다름 아닌 유시민 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유시민 씨가 ‘진보진영의 나팔수’ 역할을 지속할지 아니면, ‘진보진영의 역적’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고졸 출신으로 기득권 타파에 앞장서며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故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했던 유시민 씨가 설난영 여사를 향해 “제정신이 아니라”고 표현했지만, 많은 국민들의 눈에는 오히려 “유시민 씨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인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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