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그런데 2025년 대한민국의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기 보다는 ‘격동의 계절’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5월을 시작하는 첫날인 지난 1일 하루 동안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들이 연이어 펼쳐지면서 지금까지의 대다수 예상과는 달리 오는 6.3 조기 대선도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지난 1일 오후 3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정에서 모든 대선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선고를 진행했는데, 대법관 10명의 다수 의견으로 이재명 후보의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이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2심 무죄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파기환송했다. 이재명 후보의 대법원 선고 후 30여 분이 지나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 생중계를 통해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겠다”며, 사실상 오는 6.3 조기 대선 출마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탄핵소추안이 상정된 직후인 밤 10시 28분 사의를 표명했으며, 한덕수 권한대행이 최상목 부총리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는 수포로 돌아갔다.

5월의 시작을 알린 지난 1일은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굵직굵직한 일들이 불과 8시간 만에 그것도 3건이나 이루어진 진기록을 세운 날이다. 또한 지난 2일 자정을 기해서는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대한민국 국정을 책임지게 됐다. 그야말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국정을 총괄하는 것 또한 헌정사 초유의 일 중 하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유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가 이루어지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동시다발적으로 ‘비판의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진영이 이재명 후보의 대법원 선고에 대해 ‘사법쿠데타’라든지 ‘사법부의 내란’이라고 주장하는 표현은 오히려 애교라고 봐줄 수 있을 정도의 막말이 여과 없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박진영 부원장은 CBS 유튜브 ‘더라커룸’에 출연하여 “삼권분립이라는 것이 이제 막을 내려야 될 시대가 아닌가?”라는 귀를 의심할 정도의 망발을 내뱉기도 했으며,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대법원 선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것들 봐라? 사법 권력이 헌법 질서를 무시하고 입법·행정 권력까지 장악하겠다는 거지? 한 달만 기다려라”라는 글을 게시하며 사법부를 겁박하는 행태도 서슴치 않았다. 김병기 의원은 자신의 표현이 過(과)하다고 생각했던지 지금은 페이스북에서 게시글을 내린 상태다. 비단 박진영 부원장이나 김병기 의원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사법부를 향한 度(도)를 넘어서는 막말은 더 이상 진영에 얽매이지 않는 국민들조차 참을 수 없을 지경까지 만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처럼 대법원의 판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삼권분립이 막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내며,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삼권분립 시스템에 의한 국가 운영 덕분이었다. 그런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판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권분립을 끝내야 한다는 식의 막말을 내 뱉는 행태는 대한민국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진영 이기주의를 넘어선 저급함 그 자체로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다.

물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이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헌법재판소를 향한 압박을 이어간 바 있다. 특히, 판사 출신인 장동혁 의원 같은 경우는 지난 3월 15일 구미역에서 세이브코리아 주최한 국가비상기도회에서 “헌재는 내란 몰이만 믿고 날뛰다가 황소 발에 밟혀 죽는 개구락지 신세가 됐다”고 헌법재판소를 폄하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당시 장동혁 의원의 헌법재판소 폄하 발언 뿐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발언에 대해 “내란 옹호세력“이라든지 “내란공범“ 등으로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이처럼 진영을 떠나 자신들의 진영이 하면 무엇이든지 옳고, 반대진영이 하면 무엇이든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내로남불식 행태가 사법부의 판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대한민국은 한 발짝도 더 전진할 수 없다. 따라서 삼권분립을 부정하고, 진영 논리에 기대어 사법부의 판단을 我田引水(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는 정치인들은 진영을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퇴출시켜야만 한다.

법학도들이 처음 접하는 민법 입문서에는 ‘Pacta sunt servanda(팍타 순트 세르반다)’라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라틴어 법언을 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내며, 세계를 주도하는 강국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Pacta sunt servanda(팍타 순트 세르반다)’, 즉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논리가 강하게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오는 6.3 조기 대선 이후 출범하는 새 정부가 세계 5대 강국 도약을 위한 기틀을 잡기 위해서는 禁忌(금기)를 넘어서는 정치인들의 퇴출 선행을 제1의 과제로 삼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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