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에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필리핀은 한국과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트라이씨클 기사들, 식당이나 가게의 직원들, 남녀노소 모두 항상 웃고 있고 흥이 넘친다.
실제 필리핀의 행복지수는 한국보다 높다고 한다.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훨씬 낮고, 많은 사람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과 여유 때문인지 흥이 넘치고 활기차다.
5년여 만에 필리핀을 다시 찾았다.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한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이 최근 많이 늘었다.
그동안 필리핀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반려동물과 관련한 사람들의 인식과 시장의 성장이었다.

3년여에 걸친 팬데믹 영향으로 문을 닫은 상점들이 많았고, 재오픈을 준비하는 상점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반려동물 관련 펫샵, 펫카페, 동물병원들이 많이 생겨,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큰 백화점에서 반려견과 함께 쇼핑하는 모습이었다. 5년 전에는 전혀 볼 수 없던 광경이다. 목줄과 매너벨트를 착용하고 쇼핑몰에서 보호자와 함께 자유롭게 쇼핑하는 모습, 간혹 짖는 개들도 있었지만, 누구도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항의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는지 물어보니 반려견과 함께 쇼핑하고 산책하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란다.

펫샵, 펫카페, 동물병원들이 얼마나 있는지 구글지도로 검색해 보았다. 조그만 도시의 번화가에 40여 개 이상이 검색됐다. 구글지도에 검색되지 않는 펫샵들도 많이 있었다.
인테리어와 시설도 잘해 놓아서 한국의 펫샵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용품과 간식, 사료 등도 다양한 나라의 제품을 수입해 진열해 놓았으며, 최근 필리핀의 대기업이 사료 시장에 진출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개인의 차원을 넘어 기업들도 동물보호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마닐라의 한 백화점은 반려견을 위한 이벤트와 행사를 개최했다. 쇼핑몰 주변의 길고양이들에게 개체수 감소를 위한 중성화 수술을 직접 지원하며, 수술 후에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길고양이를 위한 사료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5년 만에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라고 생각됐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필리핀의 반려인구는 1,200만가량으로, 한국의 규모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1998년 동물복지법을 제정하여 동물 학대 행위 등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2007년에는 동물등록, 개목줄, 개물림사고 등에 대한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필리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과 문화가 한국보다 더 빠르게 반려동물 문화를 선진화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봉'(닭이 죽을 때까지 싸우게 하는 투계)이 오래전부터 국민적 도박산업으로 성장한 필리핀의 이면을 보면서 동물보호에 대한 아이러니가 느끼기도 했다.
아무튼 동물복지가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나타낸다는 말이 있다. 동물복지 수준에서는 한국이나 필리핀이나 비슷한 듯하다.
김종숙 사반행(사람과 반려동물 함께 행복하기) 대표
미래학습공원 네트워크 전문연구원
사람과 반려동물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인식의 개선 뿐만 아니라 기술을 통해 '함께 행복하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리빙랩 '피플앤펫'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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