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 난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네, / 나무처럼 사랑스러운 시詩를. / 나무의 허기진 입은 / 달콤한 대지의 풍만한 젖가슴에 붙이네. / 나무는 하루 종일 하나님을 올려다보며 / 잎이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를 하네. // 여름엔 머리카락 사이로 / 울새의 둥지를 품고 있네. / 그녀의 가슴엔 눈이 누워 있었고 / 비와도 친하게 지내고 있네. // 시는 나 같은 바보도 쓰지만 / 신神 아니면 나무는 만들지 못한다네. - 조이스 킬머 「나무들」전문 산과 들이 연두와 초록색으로 개칠되는 24절기의 6번째인 곡우! 해마다 이맘때면
봄철의 새싹 같은 영아는 생후 8개월 무렵이면 특유의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 아기의 애도哀悼: baby’s condolences- 소아과 전문의들은 아가가 잠에서 깰 때마다 엄마가 안 보이면 우는데 ‘불안감’에 사로잡혀 그렇다고 설명합니다. 바로 엄마가 죽었다고 여기는 심리적 상태인데 생후 18개월이면 일시적 이별, 작별이라고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죠. 비로소 자신이 세계로부터 개별적, 독립된 인간임을 자각한 것입니다. 사실 그 애상哀傷은 유년과 청년기, 장년과 노인에 걸친 일생에 그림자로 드리워집니다. 하늘과 땅 사이의 한 개체적
드디어 남녘에서 화신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제주도의 유채꽃, 남해안의 산수유와 매화가 꽃망울을 벙글벙글 터트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천년고찰 통도사와 화엄사 경내의 고목 그 매화도 석가모니께 꽃 공양하는 양 피어났습니다. 지난 3월 5일이 경칩이고 내일, 20일이면 춘분이니 의당 그럴 절기입니다. 이제 벌과 나비들도 봄꽃 찾아 날아다닐 터. 만화방창- ‘3월의 시詩’를 꼽으라면 저는 단연 김기림(1939- ?)의「바다와 나비」입니다.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 청
3월 5일- 오늘은 24절기의 3번째인 경칩입니다. 우수, 계칩啓蟄이 지나면 얼었던 대동강물도 풀리며 초목의 새싹이 돋고, 겨울잠의 동물들도 깨어나는 완연한 봄날이 펼쳐집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채취하는데 위장병에 효능이 크다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제철의 천연 약재를 중시하던 민간처방이 이어지는 일이지요.또한 개구리나 도룡농 알을 건져다 먹기도 했는데 허리통증을 완화하고 허약한 몸을 보양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각종 영양제가 넘쳐나는 지금은 찾는 이들이 거의 없을 성싶습니다. 아무튼 이제 봄비 내리는 날 경칩에
2월 19일- 어제가 우수雨水였습니다. 한 철에 6개씩, 보름마다 갈마드는 24절기: 15✕24= 360 맞습니다. 대괴는 스스로 돌면서 밤낮을, 해를 크게 한 바퀴 선회해 1년을 만듭니다. 그 태양력에 입춘과 경칩 사이의 우수는 본격적인 새봄이 열리는 절후입니다. 이제 높은 산의 숫눈은 물론 얼었던 계곡과 강물도 풀려 낱말 그대로 ‘빗물’로 흘러내리는 시기에 이른 것입니다.물기운 그 수기水氣의 순환이 바로 1년입니다. 봄비, 장맛비, 이슬과 서리, 눈... 그렇게 ‘물’은 순환하며 한 해를 빚어냅니다. 저마다 좋아하는 계절과 날씨
뉴스티앤티 애독자 여러분!태산처럼우뚝 서시는 설~맞으시길 기원합니다. 김래호 작가는 1959년 충북 영동 출생으로 서대전고, 충남대 국문과,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대전MBC와 TJB대전방송, STB상생방송에서 프로듀서(1987-2014)를 역임했다. 1980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20회 전국추사서예휘호대회 한문부문 입선(2020) / 제19회 충청서도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입선(2022) / 제29회 대한민국서도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특선(2023): 제28회 같은 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입선(2022)했다. 산문
태양력 24절기의 첫 번째인 입춘이 오는 일요일, 2월 4일입니다. 새해 마중하러 전국의 산과 해변 그 해돋이 명소로 들꾄 것이 어제 같은데 훌쩍 1달이 흘러갔습니다. 어찌 보면 지난 한 달은 본격적인 경기를 앞둔 선수가 몸을 푼 시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새봄에 기쁜 일들 많이 생겨나고, 더욱 건강해 작가로서 좋은 글 쓰기를 다짐해 봅니다.‘입춘대길’은 ‘건양다경建陽多慶’과 함께 오랜 입춘첩帖·방榜의 문구로 주련처럼 출입문이나 기둥에 붙여졌습니다. 그 ‘설 입立’의 갑골문은 사람이 두 팔과 다리를 벌리고 선 형상인데 ‘큰 대
어떻게 새해 복들 많이 받으셨는지요? 다복과 대복 죄다 챙기시고 부디 행복과 지복의 새날 이어가시길 재삼재사 발원합니다. 사실 천복 중에 으뜸은 ‘사람’으로 태어나는 그 자체라고 합니다. 기원전 4세기의 『열자列子』제1편 천서天瑞에 나오는 공자와 태산에 숨어 사는 은자의 문답도 그렇습니다. 사슴 갖옷을 입고 새끼로 띠를 두르고서, 금을 타면서 노래하는 영계기榮啟期에게 물었다. “선생께서 그렇게 즐거워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무엇보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지요... 두 번째는 여자보다 존귀하다고 여기는 남자로 살
'2024 送舊龍新'뉴스티앤티 애독자 여러분!새해 더욱 건강하시고소원성취하세요.
연말, 연종, 궁랍窮臘, 납월臘月, 세歲말, 세모... 세밑. 해마다 12월 이맘때면 세월과 시간, 나이 같은 낱말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조선의 한 문인은 “무엇이 사람을 늙게 재촉하는가 / 닭 울음과 말발굽 소리라네!” 라고 탄식했다. 이를 현대적으로 키치하면 “핸드폰 알람에 깨고 / 액정 불빛 사라지면서 자노라!”가 될 성싶다. 아무튼 가면 오고, 오면 가는 그런 나달이 쌓여 문득 1년의 끝자락, 회두리에 당도했다. 뚜렷한 성과나 업적을 이루었거나 아니면 깊은 절망과 울분의 기억뿐이라 해도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 시기- 하여 송
어머니가 잉태한 지 7달이 되면 아이가 어머니 뱃속에서 3백6십 뼈마디와 8만4천 털구멍이 생기게 되느니라. 9달이 되면 그 뜻과 꾀가 생기고 9개의 구멍이 뚜렷하게 되느니라. - 불교『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제3장건원용구乾元用九는 천하치야天下治也, 내견천칙乃見天則이라: 건원이 아홉수를 쓰는 것은 천하가 다스려진다는 것이고, 하늘의 법칙을 보았다는 것이다 –『주역周易』「문언전文言傳」제1 건괘乾卦 문언 해, 비, 그림, 비손, 매조지, 귓구멍, 울고불고, 얄망궂다, 곰팡스럽다, 곯아떨어지다... 입말과 글말이 참 잘 어울리는 순우리말.
11월 8일- 내일이 24절기의 19번째, 겨울의 시작인 입동입니다. 입춘과 입추 등 새로운 계절이 열리는 그 ‘입’은 한자 ‘들 입入’이 아니라 ‘설 립立’입니다. 그렇습니다. 1년 사철이 확연히 단절된 것이 아니라 온도가 다른 기운이 갈마드는 게 사계의 운행이니 말입니다. 우리나라 국기의 한가운데 ‘태극’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쉬울 듯합니다. 파랑색의 음과 빨강색의 양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물결치는 형상 말입니다. 갑골문의 ‘立’은 사람이 두 팔을 벌리고 땅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나타나다‘, ’똑바로 서다‘는 뜻입니다.
연암 박지원朴趾源(1737-1805)은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글짓기를 이렇게 규정했다. “만약 다시 중국에 성인이 나와 여러 나라의 풍속을 알고자 한다면 반드시 조선에서는 이덕무의 시문을 깊이 헤아려 살펴볼 것이다. 왜냐하면 이덕무는 조선의 새와 짐승과 풀과 나무의 이름을 많이 표현했고, 조선 사람의 성정을 글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덕무의 시문詩文은 마땅히 ‘조선의 국풍’이라고 해야 한다!”말의 입술은 누에의 입술과 유사하다. 호도는 장차 부화할 벌과 나비의 애벌레와 닮았다. 쥐의 꼬리는 뱀과 유사하다. 이는
한가위 명절과 한글날 연휴 행복하고 건강하게 나셨는지요?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 2023년도 문득 늦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8일이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 보름 후면 서리의 상강, 다시 15일 지나면 11월 8일, 입동입니다. 한 철에 6개씩 보름마다 드는 24절기가 그렇게 어김없이 오고 가겠지요. 편과 판, 평- 저는 일찍이 사람 한 살이를 이렇게 일습해 묶었습니다. 가족들의 웃음꽃 속에 피어나 살아내다 회두리에 그들의 눈물바다로 떠나는 한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영원히 내 ‘편’의 응원 속에 사회라는 ‘판’에서 활동하며
'뉴스티앤티' 애독자 여러분!행복하고, 건강한 한가위 명절 나시길 비손합니다. 김래호 작가는 1959년 충북 영동 출생으로 서대전고, 충남대 국문과,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대전MBC와 TJB대전방송, STB상생방송에서 프로듀서(1987-2014)를 역임했다. 1980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20회 전국추사서예휘호대회 한문부문 입선(2020) / 제19회 충청서도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입선(2022) / 제29회 대한민국서도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특선(2023): 제28회 같은 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입선(2022)했
‘과일의 성지’로 불리는 충북 영동은 우리나라 ‘감’의 주산지입니다. 물론 제철의 복숭아와 포도, 자두 등속도 맛과 품질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1년 내내 함께하는 과일이 바로 감입니다. 봄철의 감꽃으로 팔찌나 목걸이를 만들고 늦가을에는 홍시, 겨울에는 곶감으로 먹으니 말입니다. 그런 유년의 기억이 아련한 고향으로 귀향한 지 9년 차인데 해마다 이맘때면 허영자 시인의 「감」을 애송합니다. 자연과 사람의 조화 그 한뉘를 절묘하게 ‘감’을 잡아 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플라타너스 그늘에 모여 참새처럼 지저귀던 아이들은 노란
8월 22일, 오늘이 음력으로 7월 7일 ‘칠석七夕’입니다. 수천 년 전 신화의 견우와 직녀가 1년에 딱 한 번 만나는 바로 그날- 지상의 모든 까치와 까마귀는 죄다 높이 올라 그 재회를 위해 ‘오작교’를 만듭니다. 천상의 두 연인이 건널 수 있도록 서로 이마를 맞대고, 날개를 잇는 것입니다. 기쁨도 극한에 다다르면 눈물이 난다 했던가요. 칠석에 내리는 비는 직녀와 견우가 상봉과 다시 헤어지는 희비가 교차하는 산물이지요. 어정칠월, 동동팔월- 논밭의 소출이 경제적 재화의 전부였을 때 음력 7월은 농부들이 한숨 돌리는 농한기였습니다.
기후변화- 극한의 이상기후가 지구를 강타하고 있습니다만 8월 8일 오늘은 입추立秋입니다. 한 철에 6개씩, 보름마다 24번 갈마드는 1년의 절기상 13번째 날인 것입니다. 지난 봄철의 산불과 여름 장마와 폭염이 역대급이었지만 잘 이겨냈고, 앞으로 몇 차례의 태풍도 슬기롭게 대처하리라 믿습니다.기실 동서고금 유사 이래 사람들의 가정과 사회, 국가 그 어느 구성체 하나 잠잠한 날과 계절이 있었을까요? 희노애락을 위시한 그 사단칠정이 적멸하지 않는 한 무한히 되풀이 될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천 500여 년 전의 『시경詩經』도 그런 사
올해 7월은 윤수천(1942- )의 4행시집 『당신 만나려고 세상에 왔나 봐』를 배독拜讀하며 장마와 폭염을 잊고 지냈습니다. 그는 동향의 대선배이신데, 1일 출판기념회가 열렸습니다. 82세의 노작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떠난 충북 영동- 바로 이곳에서 고향 문인들을 만나 반갑다!”면서 “4행시의 주제가 작고 사소한 일상이지만 거기서 삶의 위로와 격려의 힘을 추출하려고 애쓴다.”고 밝히셨습니다.윤작가는 1974년 소년중앙문학상 동화, 1975년 같은 상 동시, 197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등단하셨습니다. 그 후 『엄마
지난 7일이 24절기의 11번째 소서小暑였고 11일 오늘이 초복, 21일은 중복입니다. 그런데 삼복이 스물네 번의 절후에 속한다 여기는 분도 계시지만 기실 아닙니다. 고래로 몸과 마음이 지치기 쉬운 한여름에 보양하라는 일종의 잡절雜節입니다. 겨울철에 이런 ‘복날’이 없다는 것을 상기하시면 자명한 일입니다. 아무튼 지난 3년은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는데 올해는 제철에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지금처럼 에어컨이나 선풍기, 냉장고 등 냉방기기가 전무했던 조선시대에 염천 여행은 생고생, 극역이었을 터. 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