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조희대로 시작해서 최민희를 거쳐 김현지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던 올해 국감은 지난 6일 국회운영위원회 소관 대통령비서실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의 ‘배치기’라는 복병이 등장하면서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하고 말았다.

국회 내 몸싸움과 폭력을 막기 위하여 지난 2012년 5월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회 선진화법 제정 이후 여야 의원 간의 ‘배치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22대 국회는 헌정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송언석과 이기헌의 배치기 안 본 눈 삽니다”라는 자조 섞인 표현까지 등장했을까?

지난 10월 13일 시작된 올해 국감의 이목을 처음으로 집중시킨 상임위원회는 역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법제사법위원회였다. 지난 10월 13일 국감 첫날부터 법시위는 그 악명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임진왜란을 일으킨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 초상화에 조희대 대법원장 얼굴을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라는 사진을 흔들어 대며, 처음부터 끝까지 검증되지도 않았고, 근거도 불분명한 내용으로 사법부 首長(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을 모욕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국회의원의 품격을 의심할 정도의 최혁진 의원의 막말을 지켜보면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폐지가 왜 필요한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악명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지난 10월 14일 둘째 날 국감에서 법사위를 능가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에게 받았다는 “찌질한 X”이라는 욕설 문자를 공개하였고, 박정훈 의원은 김우영 의원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에이, 이 한심한 XX야. 에이그 씨”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이들은 지난 10월 16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감에서도 “옥상으로 따라와” vs “한주먹 거리도 안 된다”는 등의 막말로 2차전을 이어갔다고 한다. 도대체 善良(선량)으로서의 품격은 어디에 두고, 국감장을 개인적인 私感(사감)을 푸는 자리로 만드는 것인지 기가 찰 따름이다.

과방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0월 20일 비공개로 진행된 MBC 업무보고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MBC의 과방위 국정감사 관련 보도가 편향됐다”며, 보도본부장의 해명을 요구하였고, MBC 보도본부장이 “개별 보도 사안에 대한 질의는 부적절하다”고 답하자 퇴장을 명령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최민희 위원장은 국감 기간 중인 지난 10월 18일 국회 사랑재에서 자신의 딸 결혼식을 올려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 세계를 열광시킨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필두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BTS를 비롯한 K-POP이 지구촌을 휩쓸며, 문화강국 대한민국은 견고해진 위상을 바탕으로 강력한 K-컬처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로 눈만 돌리면, 국민들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천부적 재주를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 때문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는 일들만이 비일비재할 뿐이다.

더구나 여야 국회의원들이 올해 국감에서 선보인 모습은 ‘K-국감의 씁쓸한 자화상?’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것 같다. 특히,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의 국감 마지막 날 ‘배치기’를 시전한 모습은 ‘K-국감의 씁쓸한 자화상?’ 畵龍點睛(화룡점정)이었다. 도대체 언제쯤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에 ‘K-정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매년 국감에 ‘K-국감의 위용’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위정자들이 스스로에게 묻고, 국민들에게 하루빨리 답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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