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장동 1심 사건 항소 포기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대장동 1심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 검사들과 공판 검사들 모두 만장일치로 항소 제기를 결정했지만, 검찰 수뇌부와 법무부의 반대에 가로막혀 대장동 1심 사건에 대한 항소는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수사 검사들이나 공판 검사들은 자신들이 제기했던 공소 유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비추어 볼 때 검찰 수뇌부와 법무부가 일선 검사들의 항소를 가로막은 처사는 이례적인 것을 넘어 상식적으로도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일이다. 이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검찰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검찰이 대장동 1심 사건 항소를 포기한 다음 날인 지난 8일 검찰 수뇌부 중 한 명인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결국 사의를 표했다. 정진우 지검장은 짧은 입장문을 통해 “중앙지검은 끝까지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대검의 지휘권은 존중하지만, 이견이 있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지겠다”고 주장했다. 정진우 지검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결기를 보일 것이 아니라 중앙지검장 직권으로 항소를 결정하고, 수사 검사들과 공판 검사들에게 힘을 실어주었어야만 한다. 항소 제기에 관한 권한은 법적으로 대검이 아닌 검사장 소관임을 고려할 때 정진우 검사장이 항소 포기에 굴복하여 항소 접수를 하지 못한 판단은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정진우 지검장 역시 결국 항소 포기에 소극적으로라도 가담해 놓고, 이제야 자신은 대검의 의견에 반대했던 것처럼 ‘死後藥方文(사후약방문)’ 격으로 입장문 하나 배포하는 것은 전국 최대 검찰청 首長(수장)으로서의 자세는 아닌 것 같다.

정진우 지검장보다 더 심각한 것은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노만석 대검 차장의 갈지자 행보다. 노만석 권한대행은 검찰 내부의 강한 반발에 결국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한 후 자택 앞에서 일부 언론과 만나 “지금 정권과 방향이 달랐고, 전 정권에서 기소해 놓은 게 현 정권에서 문제가 된다”면서 “저쪽에선 지우려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상황에 수시로 부대꼈다”고 토로했다. 과연 준사법기관인 검찰 首長(수장)의 발언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검찰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노만석 권한대행의 발언은 ‘비겁한 변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울러 대장동 1심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결국 ‘정무적 판단’을 했다고 시인한 검찰 首長(수장)의 행보에 분노를 넘어 연민의 정마저 느낀다.

아울러 친명 좌장으로 통하는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대장동 1심 항소와 관련하여 대검에 ‘신중 검토’ 의견을 전달했다는 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지난 2017년 5.9 대선 당시부터 현역의원으로서는 유일하다시피 이재명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좌장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정성호 장관이 대검에 ‘신중 검토’ 의견을 두 차례나 전달했다면, 그것은 단순한 의견 전달이 아니라 외압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三尺童子(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의견 전달이라고 주장하는 정성호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으면, 그동안 보여주었던 합리적 이미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낯선 모습이어서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대장동 1심 항소 포기에 대한 반응은 더욱 기가 막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1심 항소 포기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에 “한줌도 안 되는 ‘친윤 정치검사들의 쿠데타적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검사징계법 폐지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해 검찰 징계 절차 변경을 추진하며, ‘검사 길들이기’에 나섰다. 더구나 대장동 1심 항소 포기를 ‘항소 자제’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여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또한 성명 발표에 동참한 검사장급 간부들을 비롯하여 반발하는 검사들에 대해서는 ‘친윤 검사’ 딱지를 붙이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에서 영전한 검사장들도 ‘친윤 검사’란 말인가? 만약 윤석열 정부 당시 민정수석이나 법무부장관이 검찰에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사건에 대해 검찰 스스로 항소를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고 가만히 있었을지 묻고 싶다.

이번 대장동 1심 사건 항소 포기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입법부를 비롯하여 지난 6.3 조기 대선을 통해 행정부까지 거머쥔 더불어민주당이 이제는 사법부까지 장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중도층의 의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자명한 일이다.

무릇, ‘月滿則虧(월만즉휴) 權不十年(권불십년)’이라고 “달도 차면 기울고, 권력도 10년을 채우지 못한다”고 했다. 부디 “권력은 유한하다”는 점을 명심하여 이재명 정부나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했던 윤석열 정부를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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