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온다 / 이재무쿨럭쿨럭 각혈하듯검붉은 저녁 절뚝거리고 온다공원의 숲속 문득 적막해지고 저녁은 쿨럭쿨럭한바탕 함박눈 쏟아놓을 듯잔뜩 흐려 있다이런 날은 어디 먼데서십수 년 소식 끊긴 인척기우뚱, 열려있는 철대문 사이로낮달처럼 창백한 얼굴 슬그머니 들이밀 것만 같다쿨럭쿨럭 어제 보다 더 크게접촉 불량의 형광등처럼 그렁그렁앓는 소리로 저녁이 성큼,내 속의 그늘로 들어서고 있다 이재무시집『저녁 6시』창비시선 [시 평설 - 이가을] 시는 겨울의 각혈하듯 쿨럭쿨럭 쓸쓸한 배경이다. 절뚝거리고 오는 저녁은 등
코로나 시대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포스트(post) 코로나는 희망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문가들은 위드(with) 코로나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고 있다. 전자금융사기(보이스피싱)범죄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보이스피싱 발생 역사는 약 1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청와대 해당하는 당시의 권력기관인 왕실(宮을) 사칭하여 다량의 금붙이를 편취한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오늘날까지도 검찰, 경찰 또는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범죄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경찰백서(2020,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37,667건 발생에 6,39
미국과 탈레반간의 평화협정이 체결된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9월11일을 목표로 미군철수를 진행 중이었습니다.그러나 예상밖으로 아프간 정부군이 무너지면서 탈레반이 카불로 진격해 오자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정권을 탈레반에게 넘겨주고 황급히 국외로 탈출했습니다.가니 대통령의 명분은 "더 이상의 피해와 희생을 방지하고 아프간의 평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입니다. 알려진 바로는 가니 대통령은 카불을 떠나면서 군지휘관들을 불러 교전금지 명령을 내린 후 가족, 측근들과 함께 아프간을 떠났다고 합니다.이 소식을 접하고 저는 순간적인
지난 7월6일 충북지역 인삼농가들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가격 폭락 대책을 위한 인삼농가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에 인삼산업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였다.1970년대 후반까지 세계 인삼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던 고려인삼의 서글픈 현주소다. 어떠한 이유에서 농부들이 삽자루 대신 시뻘건 현수막을 들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시위를 해야 했을까?농림축산식품부의 ‘2018년 인삼통계자료집’에 따르면 2018년 인삼 재배농가는 20,556호로 2010년 23,857호 보다 13.8%, 재배면적은 15,452ha로 2010년 19,010ha
우리는 이웃 나라 일본과 숙명의 역사를 반복하며 살고 있다.그들은 지금도 반성하지 않고 갈등을 조장하며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아직도 아물지 않은 우리의 가슴에 상처를 아프게 하는 등 한일관계를 긴장관계로 몰아가고 있다.이런 현실 속에 암울했던 35년이란 세월을 잊은 듯 8.15광복 76주년을 맞고 있다. 광복절은 우리 민족이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1910년부터 35년 간의 긴 식민 통치에서 벗어난 날이다.1945년 8월 15일 일본에게서 독립하여 국권을 회복한 것을 기념하는 뜻깊은 날이다.정부는 1949년 10월 1일,
「배롱나무」는 ‘쌍떡잎식물 부처꽃과의 낙엽 소교목’으로, 여름인 7월부터 늦가을에 걸쳐 피고 ‘나무백일홍’이라고도 부릅니다. 사람들은 ‘배롱나무’를 흔히 ‘백일홍’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원래의 명칭은 ‘배롱나무’가 정식 명칭이다.꽃이 오랫동안 피어 있어서 ‘백일홍나무’라고도 하며,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하여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나무의 높이는 약 5m로 나무껍질은 연한 붉은 갈색이며, 얇은 조각으로 떨어지면서 흰 무늬가 생긴다. 당 년에 새로 나온 가지에서 꽃이 피는데, 네모지고 털이 없다. 새 가지는 4개
“무궁화”를 사람들은 “무궁화꽃”이라고 하는데, 꽃 이름 자체에 꽃화(花)자을 붙여서 부르기 때문에 그냥 “무궁화”라고 불러야 합니다. 무궁화를 다른 이름으로는 근화(槿花)라고도 한다.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라는 뜻으로 우리 민족은 무궁화를 고조선 이전부터 ‘하늘나라의 꽃’으로 귀하게 여겼고, 신라는 스스로를 ‘무궁화’의 나라(근화향:槿花鄕)이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무궁화는 한자어이지만 중국 문헌에는 나타나지 않고, 《산해경》이라는 한국 고서에 훈화초(薰華草:무궁화)라는 기록이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무궁화(쌍
본인은 죽었으므로 우편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 김기택죽은 지 여러 날 지난 그의 집으로청구서가 온다 책이 온다 전화가 온다지금은 죽었으므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삐 소리가 나면 메씨지를 남겨주세요반송되지 않는다눈 없고 발 없는 우편물들이바퀴로 발을 만들고 우편번호로 눈을 만들어 정확하게 달려온다받을 사람 없다고 말할 입이 없어서그냥 쌓인다 누군가가 뜯어봐주기를 죽도록 기다리면서무작정 쌓이기만 한다말을 사정(射睛)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혀들은발육이 안 된 성욕을 참을 수 없어 꾸역꾸역 백지를 채우고종이들은 제지공장에서 생산되자마자오
요즘 코로나와 폭염으로 우리는 모두 맨붕상태로 힘들어 하고 있다. 기후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삶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한낮 기온이 섭씨 35도 이상 올라가 연일 폭염 특보가 발령되고 있다.코로나와 폭염으로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편승하여 주변에 산과 둘레길을 찾고 있다. 그늘 숲속을 찾아 마음의 힐링과 함께 산행을 통해 운동하는 남녀노소가 늘고 있다.대전 서구 도마동에 위치한 내원사 주변 도솔산에도 많은 등산객이 숲속 둘레길을 찾고 있다.이곳에 대전 서구보건소는 도솔산 내원사 입구에 '모기 진드기 해충기피제'함
신부 입장 / 신미나날계란을 쥐듯 아버지는 내 손을 쥔다드문 일이다두어 마디가 없는 흰 장갑 속의 손가락생의 손마디가 이렇게뭉툭하게 만져진다 [시 평설 - 문선정] 부녀가 손을 잡고 신부 입장하는 장면이다. 자칫 실수라도 해서 놓치면 깨져버릴 것 같은 날계란을 다루듯, 딸을 사위에게 건네주는 아버지의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잔잔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흰 장갑 속에 감춰진 두어 마디가 없는 뭉툭한 손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자신을 키워냈을 아버지의 생을 가만히 만져보는 딸의 마음 또한 뭉클함으로 전달된다. 헤아릴 수 없는 깊은 가족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강경~계룡~신탄진을 잇는 ‘충청권 광역철도 사업’에 대해 관계부처와 업무협약 체결과 함께 본격 사업을 시작하여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충청권 광역철도망이 완성될 경우 대중교통 소외지역의 불편 해소는 물론 지역상생 및 충남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차제에 계룡시 엄사면(양정)에 있던 ‘신도역’을 부활시켜야 합니다. 신도역은 과거 오랜 세월 엄사·향한리·도곡리 등 대중교통이 열악한 시민들에게 발이 되어오다 폐역이 되었으나, 이제 충청권 광역철도 사업과 병행한 ‘신도역 부활’은 계룡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로부터 1945년 해방이 되고 1950년에 6.25전쟁을 겪으면서 참으로 먹고살기 어려운, 가난한 나라였다.그러던 차에 1960년대에 박정희 대통령이 등장하여 보릿고개를 없애보자,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라는 구호 아래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제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중에는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비료공장을 준공하여 농민들이 비료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주었다. 제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중에는 부강한 대한민국, 살기 좋은
흙의 건축 1 / 이향지한 알갱이가 한 화분 속에서 한 덩어리가 되어 한 뿌리를 살리는 것이다 한 방울이 한 뿌리로 스며 한 송이를 피우는 것이다한 덩어리 속에서 한 알갱이는 가만히 잊어져야 더 좋은 것이다 [시 평설 - 이가을] 알갱이에서 뿌리까지 꽃의 생애를 보았다. 꽃을 피우는 일은 하나의 큰 건축이다. 한 생애로 나아가는 걸음이다. 한 생애가 화분 안에서 발을 묻고 꽃을 피운다.한 송이를 피우는 위대한 건축은 이름을 남긴다. 꽃말과 함께. 뿌리를 살리는 화분, 꽃의 집에 방울이 맺히고 송이가 핀다.꽃의 생애를 담는 우주적 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 확산과 때맞춰 폭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연일 섭씨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소중한 생명까지 위협하는 단계다.전국 대부분 지역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폭염주의보 및 폭염경보가 발령됐다.폭염주의보는 6-9월에 일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이고 일 최고열지수가 32도 이상이면 발령된다.폭염경보는 일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이고 일 최고열지수가 41도 이상, 2일 지속될 때 내려진다.이런 만큼 신종 코로나와 폭염 속에 안전하고 건강한 여름나기 행동 요령이 요구된다. 자신은 물론 가족 건강까지
정책이란 공공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나 지방정부의 활동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권력과 힘이 있는 결정권자의 머리에서 “이거 한번 해볼까?”라고 뚝딱 결정해서 추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정책은 사회문제가 이슈화 되면 이것이 공중의제로 확산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될 때 제도권의 의제로 설정되고 정책의 결정·집행·평가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국가나 지방정부의 의도와 활동을 나타낸다.민선 7기를 맞은 서산시에서는 그동안 이해할 수 없는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1000억여 원의 시민
농담 한 송이 / 허수경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으로 가서농담 한 송이 따서 가져오고 싶다.그 아린 한 송이처럼 비리다가끝끝내 서럽고 싶다.나비처럼 날아가다가 사라져도 좋을 만큼살고 싶다. [시 평설 - 문선정] 나는 그 사람을 위로해 줬는데 나는 끝끝내 혼자여야 하는 날들이 있었다. 이럴 때, 까다로운 대화 말고 연두빛에서 막 깨어난 순한 농담을 안고 내게 다가오는 사람 때문에 서러움이 한결 가벼워지는 하루를 경험했던 적 있다. 농담도 꽃으로 심어질 때가 있는 것이다.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으로 가서 농담 한 송이를 따서 가져오
들 가운데 키다리가 / 신현득들 가운데 키다리 미루나무,-저건 누구네 논-저건 누구네 밭큰 키로 내려다보고 다 안다-누구네 밭에 감자 심고-누구네 밭에 땅콩 심고……내려다보고 다 안다.수남이네 아버지가 일찍 일찍 들에 오시는 거철수네 소가 쟁기를 잘 끄는 거다 안다. 일렁일렁,바람 따라 몸짓을 하며, 키다리가원두막 가에서 크는 수박을 세어본다.참외도 세어본다. [시 평설 - 이가을] 나 어릴 적 동네에도 키 큰 미루나무가 있었다. 온 동네 울타리에 앉은 키 고만고만한 사철나무와 여름이면 눈 환히 밝히는 새빨간 장미가 예뻤다. 정류장
욕의 칼 / 이가을몸에 욕이 자라요 나물처럼 쑥쑥 자랐어요강하고 독하게 자랐어요 아버지부드러운 혀는 독보다 피보다 진해요 눈빛보다 강한 무기, 힘세고 강하게 살아남죠무엇이든 욕으로 견디고마음을 찌르는 칼e 씨발의 도시 미친 욕을 하거나 욕을 먹거나밥 한술에도 욕을 얹고아이들도 욕을 하고 욕을 부르는 전염욕을 하지 않으면 하루도 숨 쉴 수 없는 세상누가 만들었나요나쁜 아버지, 욕하지 마세요착한 당신, 욕에 물들지 마세요영혼을 죽인 살인언어당신이 내게 먹여준 욕 먹고 자란 나를 보세요욕하고 싶은가요?욕으로 싸우는 세상아버지의 아버지,
오늘은 6.25 전쟁 71주년이다. 매년 6월 호국보훈의 달이면,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간첩을 잡다 먼저 세상과 작별한 동료들의 비석을 닦으며 그들을 추모하곤 한다. 그 일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최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출신 전직 요원들이 새 원훈석 글씨체로 일명 ‘신영복체’를 채택한 것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며, 21일부터 국정원 앞에서 무기한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목숨을 걸고 간첩 잡는 일에 평생을 바친 전직 국정원 요원들이 오죽했으면 릴레이 시위에 나섰을까? 이들은 평생 국가
두꺼비형 / 송찬호비 온 다음 날엉금엉금 두꺼비가 기어 나와마당 한가운데서 나랑 딱 만났다두꺼비와 나는누가 먼저 길 비켜주나내기했다그런데 두꺼비 얼굴을 찬찬히 보니울퉁불퉁한 게여드름 많은 우리 형처럼 생겼다에이, 형이라면 내가 지지 뭐두꺼비 앞에서내가 길을 비켜주었다송찬호 동시집 『저녁별』 중에서 [시 평설 - 이가을] 보은이 고향인 송찬호 시인을 본 적 있다. 눈빛이 순하고 수줍었던 기억이 어제 같다. 그의 시와 동시는 어렵지 않고 생김처럼 순하다. 동네 앞 냇물처럼 정겹고 맑게 흐른다. 동시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