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 이가을 시인

시의 사계
시의 사계

두꺼비형 / 송찬호

비 온 다음 날
엉금엉금 두꺼비가 기어 나와
마당 한가운데서 나랑 딱 만났다

두꺼비와 나는
누가 먼저 길 비켜주나
내기했다

그런데 두꺼비 얼굴을 찬찬히 보니
울퉁불퉁한 게
여드름 많은 
우리 형처럼 생겼다

에이, 형이라면 내가 지지 뭐
두꺼비 앞에서
내가 길을 비켜주었다

송찬호 동시집 『저녁별』 중에서

 

이가을 시인
이가을 시인

  [시 평설 - 이가을] 보은이 고향인 송찬호 시인을 본 적 있다. 눈빛이 순하고 수줍었던 기억이 어제 같다. 그의 시와 동시는 어렵지 않고 생김처럼 순하다. 동네 앞 냇물처럼 정겹고 맑게 흐른다. 동시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시적 긴장감이 없어 냇물흐르듯 읽는다. 

위의 동시 속 화자는 형 닮은 두꺼비를 마당에서 만나고 길을 비켜준다. 두꺼비가 형을 많이 닮았나 보다. 아마도 시인은 형 닮은 두꺼비가 아니어도 다른 좋은 핑계로 길을 내어줬을 것이다. 짧고 쉬운 미담의 동시를 읽고 고개를 끄덕인다. 와중에도 알 듯 모르듯 독자에게 할 말은 한다. 일태면, 싸우지 말자, 먼저 양보하자, 알고 보면 다 닮은 우리, 라는 것. 조용히 살살 타이르듯 그의 낮은 목소리를 듣고 있다. 다투지 않고 들꽃처럼 사는 그의 인생 잘 사는 법을 오늘 시로 배우고 간다. (이가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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