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삼 전 육군참모총장(전 체육청소년부장관, 전 국회의원)

이진삼 전 육군참모총장(전 체육청소년부장관, 전 국회의원) / ⓒ 뉴스티앤티
이진삼 전 육군참모총장(전 체육청소년부장관, 전 국회의원) / ⓒ 뉴스티앤티

오늘은 6.25 전쟁 71주년이다. 매년 6월 호국보훈의 달이면,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간첩을 잡다 먼저 세상과 작별한 동료들의 비석을 닦으며 그들을 추모하곤 한다. 그 일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출신 전직 요원들이 새 원훈석 글씨체로 일명 ‘신영복체’를 채택한 것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며, 21일부터 국정원 앞에서 무기한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목숨을 걸고 간첩 잡는 일에 평생을 바친 전직 국정원 요원들이 오죽했으면 릴레이 시위에 나섰을까? 이들은 평생 국가안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이번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은 신영복의 글씨체를 새 원훈석의 글씨체로 채택한 것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1961년 창설된 중앙정보부를 시작으로 제5공화국의 국가안전기획부 그리고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현재까지 사용되는 국정원은 국민들의 눈으로 볼 때 분명한 過誤(과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눈에 비친 국정원의 過誤(과오)는 우리나라 국가안보를 위한 기여보다는 지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중앙정보부 창설 당시부터 김영삼 정부까지 사용한 ‘우리는 陰地(음지)에서 일하고 陽地(양지)를 지향한다’는 원훈처럼 국정원 요원들은 국가의 부름과 국가를 위한 일이라면 자신들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나 역시 1955년 육사 입학 후 36년 동안 군에 몸담아 평생 나라 지키는 일을 해왔다. “군인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국가가 위태로울 때 생명을 요구받는 순간이다”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군 생활 36년을 보냈다. 특히, 1964년 7월 중위 계급으로 지금의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당시 방첩부대 특공대장으로 명령이 난 이후 8년 동안 보안 관련 계통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간첩을 잡았고, 수차례 死地(사지)를 넘나들었다. 무장간첩의 총탄에 맞아 죽는 동료를 바로 옆에서 목격했으며, 세 차례의 대북응징보복작전 중 마지막 작전에서는 나를 믿고 따르던 전우의 죽음을 눈물로써 감내해야만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지금 많은 국민들이 북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다. 우리나라는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일 이후 아직 休戰(휴전) 중이고, 절대로 전쟁이 끝난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들이 우리나라는 전쟁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평화통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현 정부가 국민들의 이런 착각을 유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대북전단을 살포한다’는 이유만으로 북한은 우리 당국과 일언반구의 상의도 없이 지난해 6월 다이너마이트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버렸다. 지난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을 향해 부르짖었던 남북 평화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이후에도 6개월 동안이나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는 이적행위에 가까운 일도 서슴지 않았다는 기사를 보고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2사단 노크 귀순을 비롯하여 철책 귀순, 오리발 귀순, 목선 귀순 등등 왜 그렇게 경계 실패가 빈번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요즈음 상황을 보면, 다시 한 번 6.25 전쟁이 재발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우리는 절대로 다시는 6.25 전쟁과 같은 참화를 겪으면 안 된다. 우리가 다시 6.25 전쟁과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 강해져야만 한다. 김일성의 야욕에 의한 6.25 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약 450만 명의 인명 피해와 43%의 산업 시설 파괴 그리고 33%의 주택 소실을 경험한 바 있다. 우리 후손들에게 다시는 이런 쓰라린 상처를 안겨줄 수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평화통일에 대한 환상으로는 우리가 이런 불행을 다시 겪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지구상의 유일한 절대왕조 북한은 오직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왕조’ 독재자 한 사람만의 영광을 위해 존재하는 땅이며, 인민은 먹을 것이 없어 배고픔에 지쳐 죽을지언정 미사일 발사를 서슴지 않고, 오직 핵무기 개발에만 열을 올리는 ‘악의 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 북한을 향해 求愛(구애)를 하는 대통령이나 현 정부 인사들을 보면,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고대 로마의 전략가 베제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운동경기는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지만, 전쟁에서 한 번 지면 국가는 패망한다. 국가 흥망의 갈림길 특히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서웠던 역사의 교훈을 우리는 되새김질해야 한다.

국군 통수권자를 비롯한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남북 평화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에 취해 있을 때 우리 국민들이 현 상황을 직시해야만 한다. 낭만적 민족주의에 빠져 굴종적인 자세로 평화만을 부르짖는 자세로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결코 우리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남침 야욕은 ‘김씨 왕조’가 붕괴되지 않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 국민들이 모두 명심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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