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 문선정 시인
신부 입장 / 신미나
날계란을 쥐듯
아버지는 내 손을 쥔다
드문 일이다
두어 마디가 없는
흰 장갑 속의 손가락
생의 손마디가 이렇게
뭉툭하게 만져진다
[시 평설 - 문선정] 부녀가 손을 잡고 신부 입장하는 장면이다.
자칫 실수라도 해서 놓치면 깨져버릴 것 같은 날계란을 다루듯, 딸을 사위에게 건네주는 아버지의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잔잔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흰 장갑 속에 감춰진 두어 마디가 없는 뭉툭한 손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자신을 키워냈을 아버지의 생을 가만히 만져보는 딸의 마음 또한 뭉클함으로 전달된다.
헤아릴 수 없는 깊은 가족애가 담긴 시다. 몇 줄 짧은 시로 독자의 마음을 이렇게 휘저어놓을 수 있는가.
뒤돌아보면 아득히 멀어진…, 푸른 마음을 가졌던 오래전 그날을 기꺼이 잡아당긴다.
신부 입장을 위한 연습으로 손을 잡고 한 발짝 한 발짝 걸음을 맞추어 주었던 아버지. 그리고 그날, 꽃밭이 될지 흔들리는 나뭇가지 위가 될지 모를 백지의 입구까지 나를 데려다준 아버지가 뭉클 피어나는 것이다.
뉴스티앤티
web@newstn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