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군 "면장 고유권한...군(郡)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복수면 "마을주민 모두가 동의(찬성)하는 마을주민을 추천하라"
주민 "썩을 대로 썩은 금산군, 철저한 조사 필요"

이장 없는 마을로 5년 째 고통받고 있는 금산군 복수면 용진3리 주민이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에 두 번째 탄원서를 보냈다.

주민은 이번 탄원에서 "금산군과 복수면이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주민들을 고통 속에 방치하고 있다"면서 "철저한 조사를 부탁드린다. 대통령님께서 함께해 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 금산군 "면장 고유권한...군(郡)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앞서 용진3리 주민들은 지난 2월 8일 대통령실에 첫 탄원서를 보냈다. 마을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이장을 선출했지만 군(郡)이 임명을 해주지 않아 수 년째 고통받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함께 그 원인인 마을 주민 A씨에 휘둘려 제대로된 행정을 펼치지 못한 금산군 공직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같은 달 14일 금산군에 '잘못이 있을 시 조치하라'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금산군은 '이장임명권은 면장의 고유권한으로, 군(郡)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민원처리결과를 통해 용진3리에 전달했다.

군의 답변을 접한 마을 주민 B 씨는 군의 방기행정에 통탄했다.

B 씨는 "면장의 임명권자는 군수다. 면장이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주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으니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군수가 조치를 취해달라는 거다. 그게 군수의 존재 이유 아닌가"라며 한탄했다. 

그는 "이장 서류를 제출한 지 4개월이 지나가는데 군은 이제와서 고문변호사 법률 자문을 검토한다고 한다"면서 "기가 막히다. 이장임명 규정에 따라 하면 될 일을 변호사까지 자문을 구한다는 게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세금이 아깝다. 행정이 썩을 대로 썩었다"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 복수면 "마을주민 모두가 동의(찬성)하는 마을주민을 추천하라"

용진3리는 2022년 11월 25일 이장선출 총회를 열고 단독후보로 출마한 B 씨를 마을이장으로 선임했다. 이날 총회에는 마을에 실제 거주하는 60가구 중 63%에 해당하는 38가구가 참석했고, B 씨는 참석자 전원의 박수를 받으며 마을이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복수면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B 씨의 마을이장 임명신청을 반려했다.

B씨는 지난 13일 복수면으로부터 '이장추천서 반려 통지서'를 받았다. 해당 문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2022.11.29에 접수된 용진3리 이장추천서와 관련 '이장임명은 불가하다'는 마을주민의 진정서 2건이 접수됐다.(중략) 이는 마을회 운영 규정을 살펴 형식적 요건(적법절차)의 충족 여부를 살펴봐야 하는데, 현재 마을에서 자료(마을회 운영 규정)를 제출하지 않아 판단이 불가능하다.(중략) 마을의 이장 선출 과정 및 방법 등은 마을주민 자치영역으로 민사법적 절차에 의하여 해결해야 한다. 행정이 개입할 수 있는 법규정 등의 근거가 없어 관여할 수도 없고 또한 적법성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다. (중략) 선출 방법 및 과정이 어떻든 선출 이후에는 이의 제기 없이 마을주민 모두가 동의(찬성)하는 마을주민을 추천해 달라"

 

한편, 금산읍에서는 복수면과는 달리 주민의 자율적 권리를 인정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금산읍 아인리 칸타빌 APT 지역은 708세대로 이뤄진 마을로, 지난 1월 마을이장을 선출했다. 총회에는 708세대 중 27세대(3.8%)가 참석했고, 후보는 두 명이 출마했다. 17표를 얻은 후보가 이장에 선출됐고, 금산읍사무소에서 이장임명식도 가졌다.

기자가 "이장선출을 위한 주민총회의 참석인원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 묻자, 마을이장은 "다들 바빠 나오지 않는다. 어쨌든 주민의 권리다.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 주민 "썩을 대로 썩은 금산군, 철저한 조사 필요"

B 씨는 복수면장이 이장임명을 못하는 이유가 용진3리 주민인 A 씨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복수면장이 A 씨로부터 폭언 폭력 등의 압력을 받아 이장임명을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

B 씨에 따르면 A 씨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이장선출을 위한 마을총회가 열리던 날 A 씨는 총회를 열지 못하도록 주민들을 회유하고 협박하기도 했다. 현재 A 씨는 위생매립장 주변 주민을 선동해 '농성하면 금산군에서 소각장 관련 보상금을 지급한다'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B 씨는 "이 외에도 금산군청에 재직 중인 E 씨가 관련돼 있다"면서 "E 씨는 지난 2019년 당시 마을이장이었던 본인에게 이장직 사퇴를 종용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E 씨가 당시 복수면장이었던 J씨에게도 압박을 가했다. 결국 J 씨는 저를 해임시키고 본인도 사직서를 냈다"고 부연했다.

 

E 씨는 B 씨의 이러한 주장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B 씨에게 마을이장직 자진 사퇴를 권유한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B 씨는 E 씨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B 씨는 2019년 당시 본인이 이장직 사퇴를 강요당했던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내용이 담긴 휴대폰 통화음원과 녹취록을 확보하고 있었다. 

통화음원에는 '자진사퇴 요구는 어떻게 보면 양쪽 얘기가 다 수용이 돼서 큰 틀에서는 해결을 보는 것이 군 입장에서 최상의 방법이다', '그깟 이장 하나 자진사퇴 못 시킨다는 이유로 싸웠다'라는 등의 표현이 포함돼 있다.

B 씨는 "당시 다른 공무원들이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E 씨를 말렸지만, E 씨는 진급에 눈이 멀어 동료들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았다"고 회상하면서 "주민들을 밟고 올라간 자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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