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A씨, 군(郡)에 '마을이장 해임' 강요
군(郡), 부당농성 푸는 조건으로 A씨 요구 받아들여
주민들, 수년 째 '이장 없는 마을'로 고통

조준권 기자
조준권 기자

법과 규정 안에서 주민이 자율적으로 뽑은 마을이장을 특별한 사유 없이 해임하고, 임명을 거부하는 일이 충남 금산군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국에 이장·통장이 9만5천여 명에 이르지만, 이처럼 부당한 사례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수 년간 마을이장이 없어 고통받던 주민들은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호소했다.

실로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흔드는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금산군 복수면 용진3리 주민들(박 씨와 개발위원 등 6명)은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냈다. 마을이 이장을 선출했지만 군(郡)이 임명을 해주지 않아 수 년째 고통받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함께 그 원인인 마을 주민 A씨에 휘둘려 제대로된 행정을 펼치지 못한 금산군 공직자 4명(B씨,C씨,D씨,E씨)을 철저한 조사를 통해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사건은 2017년, 금산군(郡)이 용진3리 이장을 해임하면 부당농성을 풀겠다는 주민 A 씨의 제안을 받아준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용진3리는 같은해 5월과 10월, 마을이장으로 박 씨를 두 번이나 선출했다. 하지만 임명을 담당하는 복수면은 박 씨를 마을이장으로 임명해주지 않았다.

주민들이 강력 항의하자 복수면은 다음 달 11월 1일 박 씨를 마을이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박 씨는 이장 임명 4개월 만인 다음 해(2018년) 3월 6일 강제 해임됐다.

박 씨의 마을이장 임명을 극심히 반대해온 주민 A 씨가 주민들을 선동해 집단 농성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A 씨는 박 씨를 해임하라는 조건을 내걸고 용진3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복수면 용진1리 주민, 추부면 용지2리 주민을 선동해 복수면사무소 앞에서 30여 명이 40여 일 정도 고함을 지르는 등 집단 농성을 강행했다.

하지만 복수면은 해임 20여일 만인 3월 27일 박 씨를 복직시켰다. 이장만 해임하면 농성을 멈추겠다던 A 씨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장 해임을 위한 A 씨의 압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당시 금산군의 과장이었던 B 씨는 이장직에 복직된 박 씨에게 자진사퇴를 강요했다. A 씨가 이장 해임만 시켜주면 뭐든지 군(郡)을 도와주겠다며 B 씨를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티앤티 기자는 지난 10일 B 씨를 만나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를 물었으나 B 씨는 "박 씨에게 자진사퇴를 권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박 씨는 "당시 B씨에게 '잘못한 게 없고, 주민의 선택인데 왜 사퇴하냐'고 항의를 했었다"면서 근거(물증)도 있다고 분개했다.

박 씨가 사퇴하지 않자 A 씨는 위생매립장 주변 3개 마을 주민들을 데리고 2019년 5월 7일 부군수실을 점거하여 난동을 부렸다. 당시 부군수 F 씨는 A 씨의 협박에 못 이겨 이장을 해임케 하겠다는 각서를 써줬고, A 씨는 새벽에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부군수(F 씨)가 '이장직을 자진사퇴하면 군민 대상을 줄 생각을 고려하고 있다'며 회유했었다"고 말했다.

B 씨는 지난 10일 기자와의 대화에서 "A 씨가 부군수실에서 난동을 부린 적이 있고, 자진사퇴하면 박 씨에게 군민 대상을 주겠다는 제안이 있었다"며 "그런데 군민 대상은 심의위원이 있어 불가능하다. 부군수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씨가 이장직을 자진사퇴하지 않자 복수면은 2019년 6월 이장해임 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전 복수면장 C 씨가 발송한 조건부 해임통보서에는 특정 6명의 주민화합서약서 서명을 받아오면 해임은 없던 것으로 하며, 여기저기에 민원을 제기하면 해임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특정 6명의 주민화합서약서는 주소만 용진3리일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포함해 박 씨의 이장 선임을 반대하는 주민까지 서명을 받아오라는 것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였다. 결국 박 씨는 마을이장에서 해임됐다.

용진3리는 박 씨가 마을이장에서 해임되자 2019년 9월 금산군을 상대로 법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이유:이장해임은 무효하다)했다. 금산군이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은 각하됐다. 재판 중에 이장 임기가 끝나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의미가 없어졌다는 이유다.

2021년 10월, 용진3리는 다시 마을이장을 선출했다. 이번에도 주민들은 박 씨를 선임했다.

박 씨는 복수면에 이장임명에 관한 서류를 제출했지만, 전 복수면장 D 씨는 '반대파와 원팀을 구성하면 임명을 고려하겠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마치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금산군수에게 '경쟁 후보 및 반대표를 던진 주민들과 원팀을 구성해오면 선거관리위원회가 군수로 임명해주겠다'는 식의 어이없는 요구나 마찬가지다.

그 후 2022년 8월 현 복수면장 E씨는 용진3리 주민들에게 주민 과반수 이상이 참석한 마을회의에서 이장선출 투표를 하면 이장을 임명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에 주민들은 같은해 11월 다시 마을회의를 열어 박 씨를 이장으로 선출했다. 이날 회의에는 용진3리 총 60가구에서 주민 38명이 참석했으며, 박 씨가 단독 출마해 마을이장으로 추대됐다.

하지만 E 복수면장은 다른 마을의 이장 임명에는 요구하지 않던 것들을 추가로 요구하며 3개월째 이장 임명을 미루고 있다. 용진3리에는 이장선거에 참여한 개인 인장(엄지지문) 서명록, 선거참여인 동영상 USB, 반대자와 화합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복수면장이 이장선거에 참여한 주민에게 서명과 인장(엄지)을 찍도록 한 인명부 일부 / 뉴스티앤티
복수면장이 이장선거에 참여한 주민에게 서명과 인장(엄지)을 찍도록 한 인명부 일부 / 뉴스티앤티

앞서 E 복수면장은 용진3리 마을이장 선거와 관련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겠다는 등 무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은 USB로 제출된 동영상에 주민 수가 모자란다며 트집을 잡고 있다. 시골 마을 이장선출을 위한 주민 수를 국회의 법안 심의의결에 빗대 의원정족수 기준사례까지 들먹이고 있다고 한다. 

 

복수면이 용진3리 이장 선출과 관련한 검토 결과가 담긴 문서 일부 / 복수면 제공
복수면이 용진3리 이장 선출과 관련한 검토 결과가 담긴 문서 일부 / 복수면 제공

용진3리 주민들은 E 복수면장이 A 씨의 폭력이 두려워 이장임명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민선 6기때 금산군에는 군수가 두 명 있었는데, 주민 A 씨가 군수보다 더 세다는 소문이 돌았었다"며, 금산군의 행정이 A 씨 뜻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2022년 11월 25일 용진3리 마을에서 이장선거가 있던 날, A 씨는 인근 마을주민을 데리고 군(郡) 군수부속실에 들어가 난동을 부렸다. 복수면에도 이장 선거일 며칠 전 약 12명을 데리고 가 폭언과 욕설 등으로 난동을 부렸다.

이러한 A 씨의 횡포는 옆 마을에까지 뻗쳐 추부면 용지2리 이장도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선동한 세력들이 추부면장실까지 점거해 새벽까지 면장을 가둬놓고 협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위행매립장 농성장 입구 현수막 / 뉴스티앤티
위행매립장 농성장 입구 현수막 / 뉴스티앤티

현재 A 씨는 위생매립장 주변 주민에게 '농성하면 금산군에서 소각장 관련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선동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군(郡)에 확인한 결과 A 씨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군(郡) 관계자는 "소각장 관련 보상금은 없다"면서 "2019년에도 마을 각 세대에 관련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A 씨는 현금보상금이 나온다며 선동하고, 농성에 필요한 비용을 각출하고, 농성장에 나오지 않으면 벌금을 내게 하고 마을에서 왕따시키는 등 괴롭히며 주민들을 농성장으로 내몰고 있다. A 씨의 선동으로 현재 위생매립장 주변 7개 마을 주민들이 농성장에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농성으로 보상금이 나오면 좋고, A 씨 말을 듣지 않으면 이장임명 등이 불가능하고, 세력을 키워야 군(郡)이 A 씨의 요구를 들을 수 있다는 등 군(郡) 행정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목적으로 농성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

 

위생매립장 입구에 농성을 위해 설치한 비닐하우스. 농성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하며 매일 30~40명의 주민들이 참여한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고령인들이 모여 있다. / 뉴스티앤티
위생매립장 입구에 농성을 위해 설치한 비닐하우스. 농성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하며 매일 30~40명의 주민들이 참여한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고령인들이 모여 있다. / 뉴스티앤티

용진3리 마을은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면사무소에 갔다오려면 3시간 이상 걸리는 불편한 환경이다. 군(郡)에서는 마을 업무를 봐 주도록 면사무소 직원을 파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박 씨는 비록 공식적으로 이장임명장을 받지는 못했지만 묵묵히 노인들을 살피며 마을 일을 보고 있다. 주민들도 박 씨를 이장으로서 신뢰하고 의지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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