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 미명하 여야 반민주적 공천자행  

김강중 대표이사/발행인
김강중 대표이사/발행인

다시 지긋지긋한 선거철이다. 
개혁 운운하며 진상 떠는 용의자, 전과자, 피의자 정치인들이 넘쳐난다. 
선거기간 내내 이들을 지켜봐야 하니 곤혹스럽다.

20여일 뒤, 6.1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광역, 기초 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지역일꾼을 뽑는 날이다. 
입만 열면 서로서로 존경한다는 국회의원 보궐선거(7곳)도 진행된다. 

지난해 '보선', 올 봄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국힘이 연승할 지 관심이다.
아니면 '대선' 패배를 설욕하며 민주당이 수성(守城)할지도 관건이다.  

먼저 대전의 경우를 보자. 4년 전 '지선'에서 민주당은 대전시장을 비롯 5개 구청장을 석권했다. 
대전광역시 시의원도 1석을 제외한 21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이제 여당이 된 국힘이 대전시장을 비롯 구청장, 시의원의 탈환 여부도 관심사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여야의 공천 잡음이 무성하다. 후보 탈락자는 물론 지지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명분 없는 '그들만의 리그'는 이번 지역 정치판에도 여실했다. 
여야 막론 당원과 지역민의 바람을 저버렸다. 원칙 없는 '막천'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힘의 대전시장 경선이다. 대전시장 유력 예비후보의 컷오프다.
국힘 공관위는 '공직선거 3패 출마제한' 제도를 도입해 유력후보를 탈락시킨 것이다. 충남지사 후보에 김태흠 의원의 전략공천도 불공정하고 반민주적이다. 

누가 봐도 이치에 어긋난 일이고 명분 없어 보인다. 혹자는 뒷박때리기도 능력이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진통 끝에 대전시장, 구청장 여야 대진표가 확정됐다. 면면을 보니 무능과 방만으로 대별되는 후보들뿐이다. 

볼썽사납기는 민주당도 예외가 아니다. 
다름 아닌 대전 서구청장 전략공천이다. 탈당과 불출마, 경선불복, 밀실공천, 내홍으로 점철됐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렇지는 않다. 

이곳은 대전의 정치 1번지다. 시장과 5개 구청장 판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곳이다. 
연임중인 서구청장이 대전시장에 도전했다. 임기 말 사퇴한 그는 현 대전시장과의 경선에서 고배를 들었다.

문제는 민주당이 서구청장 선거에서 국힘보다 열세인 모양이다. 급기야 대전시장 경선에서 패한 구관 전 청장을 소환했다.
시장을 꿈꾸다 다시 서구청장에 나서겠다고하니 자당 여러 후보들의 반발은 당연했다. 

이기고 보는 것이 선거라해도 집단이기의 악수(惡手)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후보들이 당선될 지는 지켜 볼 일이다. 혹 당선된다 해도 명관이 될 것이란 믿음은 없다. 

언제나 선거는 바람과 조직, 명분의 싸움이다.
누구나 명분 없으면 면목이 없게 마련이다. '아사리' 정치판이라 해도 명분이 없으면 조직은 무너지게 마련이다.  
수십 년을 지켜 본 결과 민의와 국민을 거스르고 이긴 선거를 본 적이 없다. 

뿐만 아니다. 전략공천은 수도권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마찬가지다. 
2년, 반쪼가리 국회의원에 '대선' 주자 2명이 출마해 '미니대선'이 돼버렸다. 
언뜻 봐도 일신의 안위와 대권을 노린 행보로 읽혀진다. 

다름 아닌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이재명 전 경기지사다.
또 한 사람은 성남 분당갑에 출마하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다. 

어찌됐건 두 사람은 수도권과 전국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초석을 다짐하고 있다. 
빈정 상하는 건 당선 가능성이 큰 양지를 골라 출마한 것이다. 
둘 다 험지를 피했으니 국민의 심판이 무척 두려웠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두 사람 출마의 변(辯)은 번듯하다. 선당후사, 자신을 바치겠다고 한다. 
안방 텃밭에서 고난의 길임을 강조한다. 난센스고 현혹이 아닐 수 없다.

정치적 고향을 버리고 전 당 대표 텃밭을 접수한 이재명 후보는 피의자 신분이다. 
그도 당(黨)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한다. 
누가 당을 어렵게 만들고 무엇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지 도통 알 수 없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이렇게 빨리 선거에 출마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정동영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12월 '대선' 패배 후 이듬해 4월 '총선'에 출마했다.
당시 서울 동작을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에게 패했다. 

이런 정치인들은 보면 연중 세일 백화점을 닮았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세일의 파괴력도 없다.
이들을 보면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국민통합에 애썼던 '바보 노무현'이 새삼스런 오늘이다.

문득 출마 후보들에게 들려주고픈 한시 한 구절이다. 
청나라 신함광(申涵光)이 '형원진어(荊園進語)'에서 한 말이다. 
─이기길 좋아하는 자 필히 지게 마련이다.(好勝者必敗)
   건강을 과신하는 자는 병에 잘 걸린다.(恃壯者易疾)
   이익을 구하려는 자는 해악이 많다.(漁利者害多)
   명예를 탐하는 자는 비방이 뒤따른다.(鶩名者毁至)─

이렇게 권력에 안달복달하며 무너진 정치인을 숱하게 보았다. 이런 업보가 쌓여 선거에 나서면 패배하는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자리나 패배의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을 제어할 수 있을 내공을 갖춰야 한다. 그런 뒤 시세(時勢)와 인세(人勢), 운세(運勢)가 찾아들면 그 때 역동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만든다. 

한번 쯤 이런 대전시장을 보고 싶은데 이번에도 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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