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꾼만 득실득실...차악(次惡)이라도 선택해야 

김강중 대표이사/발행인
김강중 대표이사/발행인

사흘 뒤면 6.1전국동시지방선거다.
어제는 딱히 할 일이 없어 아내와 동사무소 투표장을 찾았다. 

사전투표 마지막 날 오후 마감 전이다. 투표장에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하나같이 진지하고 결의가 넘친다. 이런 열기는 지난 '대선'의 연장선이 아닐까하는 느낌이다.

사실 '대선'에 이은 이번 지방선거는 뚜렷한 이슈는 없다. 따지자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안정론, 야당의 정권 견제론으로 대별된다.

예상컨대 '대선' 직후 열리는 선거라서 '대선' 표심이 그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여주듯 민주당 추락이 확연하다. '대선'에 이어 '지선'에도 중도층이 국힘으로 이동한 결과다. 

이렇듯 국힘의 약진이 돋보인다. 윤 대통령의 '취임덕(德)', 미국 바이든 대통령 방한, 600조 원 달하는 대기업 국내 투자. 청와대 개방이 호재가 됐을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안하무인 오만을 떨다가 5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그러고도 중앙당의 막천, 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 검수완박 강행을 악재로 꼽을 수 있다. 
민주당은 지지율이 떨어지자 급기야 지도부 내홍으로 번졌다. 선거 전 집안싸움 하는 정당이 이긴 사례는 없다. 

26세 당(黨) 비대위원장 쓴 소리에 아버지뻘 지도부는 '따'를 놓으면서 딴전이다.  
이렇듯 민주당은 지난해 '보선'과 '대선'에서 연패하고도 팬덤정치에 매몰돼 있다. 

언제나 선거는 공천과 사천(私薦)의 경계가 무너지게 마련이다. 이번에도 양당은 공천 잡음이 막장 수준에 달했다.
그것은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송영길 전 대표의 공천이다. 송 후보는 인천에서 5선(選)에 당 대표이자 인천시장 지낸 중견이다. 성급하게 차기 대권을 겨냥해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그는 인천 계양을 자기 지역구를 이재명 후보에게 내주었다. 대신 낙선 가능성이 큰 서울시장에 출마한 것이다. 정치 문외한이 보아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재명 후보도 정치적 보금자리 성남 분당을 버리고 연고 없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나섰다. 
두 사람 막역하다지만 명분 없고 저급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대선' 패배의 책임은 유야무야 됐다. 

대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3회 낙선 출마 배제로 국힘은 유력후보를 공천서 탈락시켰다. 
또 야당 한 구청장 출신은 호기 좋게 대전시장에 출마했다. 결과는 경선에 완패했다. 그러나 중앙당은 구관이 명관이라며 그를 구청장 선거에 컴백시켰다. 

또한 국회의원 '보선'에 나선 국힘 안철수 후보, 장동혁(보령·서천) 후보도 졸렬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역타파 측면에서 보면 연고를 따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당선을 위해 자신의 지역구를 버리고 출마한다면 이런 얍상도 없다. 정치적으로 힘이 돼 준 지역민을 우롱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프로야구 선수지명 드래프트도 지역연고 선수를 우선한다. 그래야 지역 팬들에게 부응하는 것이고 관중 동원력도 배가된다. 
정치인도 자신을 키워 준 지역에 보답하는 것이 본령이고 도리다. 지역출신 후보가 현안의 문제와 해결의지가 크기 때문이다. 

비록 야구, 노름판도 이러하거늘 명분을 중시하는 정치는 두말이 필요 없겠다. 
정치는 모름지기 명분 싸움이다. 선거 또한 명분이 있을 때 구도와 바람의 싸움이 시작된다. 아무튼 당락은 표심(票心)에 달렸지만 모양새 빠지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민망하지만 선거판을 포커판에 비유해 보자. 잡배들 노름판도 이렇게 조악(粗惡)하지 않다. 
세븐카의 경우 레이스를 벌이면 1만 받고 2만, 2만 받고 4만 이런 식이다. 
그런데 이들은 1만에 2만, 4만 받고 8만이 아닌 4만 받고 2만하는 역(逆)레이스다.
조급증에  '뻥카'로 허세를 떨면 망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러나 승부사는 그 분이 올 때까지 '다이'를 외치며 기회를 노린다.  한낱 노름판도 기세가 없으면 필패다 

사실 제대로 된 언론사라면 타사로 옮겨도 사장에서 부사장으로의 전락을 거부한다. 중견 간부도 춥고 배가 고파도 하방전직을 망설인다.
미물인 새도 나뭇가지에 앉을 때 자리를 가린다. 권력에 눈먼 이들을 보면 참 게걸스럽다는 생각이다. 대의 보다 사리를 쫓는 이들에게 통찰과 결기를 찾기가 어렵다. 

사흘 뒤면 오뚝이의 화신이 될지 소탐대실의 퇴물이 될지 판가름 날 것이다.
모든 게임이 그렇듯 선거도 내가 잘해서보다 상대 실수로 이기는 경우가 많다

돌아보건대 지난해 11월 칼럼에서 정권의 후안무치가 '대선'의 패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이번 지방선거도 변혁을 외치는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을 보니 신망을 잃을 게 분명하다. 

수적 우위로 돌진하는 정치권, 자해를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자괴가 없다면 좋은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 공정과 정의를 외쳐본들 그것은 공염불이다. 

중국 춘추시대 고전 중 하나인 관자(管子) 목민편 실린 말이다. 나라를 지탱하는 네 가지 덕목이다. 그것은 바로 예의염치(禮義廉恥)다. 이 네 개의 근간을 사유(四維:네 개의 밧줄)라고 부른다.
당시는 예의염치를 국가적 윤리로 중시했다. 이중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개가 끊어지면 위태롭다 했다. 또 서너 개가 끊기면 나라가 뒤집히고 망한다고 한다. 

영혼 없는 대전시는 어떠한가. 후보들 면면을 보자. 세종시 블랙홀로 사람과 기업, 기관이 대전을 떠나고 있다. 
그런데도 세종시와 상생을 외치며 아파트 인·허가에만 매달리고 있다. 고작 하는 일이 협약이고 현안사업은 난항이다.

통계청의 발표다. 대전시는 30년 내 인구가 35만 명이 줄어든다고 한다. 110만 허접한 도시로 쇠락하게 된다. 

막판 유세전은 서로 흠집 내기에 혈안이다. 마뜩한 후보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여야 막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새 인물, 새 정책도 없다. 그저 적폐만 아른거린다. 정치꾼들만 득실득실하다. 벌써 일부 선거캠프에서는 논공행상이 한창이다.

이렇다 해도 차선(次善)을 선택해야 한다. 이도 아니면 차악(次惡)이라도 뽑아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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