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오덕(五德), 지표로 삼을 때 인생이 무탈 

김강중 대표이사/발행인
김강중 대표이사/발행인

K형, 삼복염천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폭염과 폭우로 꽃들도 축 쳐진 것이 후줄근합니다.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어서 그런지 몸도 찌뿌듯합니다.
저녁이면 애견 '진순'이와 산책에 나섭니다. 

절기는 입추(立秋)지만 열기와 습기는 한증막입니다.
하지만 유성천변의 들풀과 시냇물, 바람 소리는 그 자체가 힐링입니다. 

텃새가 된 청동오리 가족의 안부도 매일 궁금합니다. 또한 두꺼비와 마주치는 날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쩌다 운이 좋은 날이면 수달을 발견하는 호사도 누립니다. 
무엇보다 살가운 달빛을 보면서 어머니와의 대화는 나만의 시간입니다. 

K형, 제 집 앞에는 고목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그 곳에서 말매미가 악을 쓰듯 울어댑니다.
매미는 땅속에서 7년 간 유충으로 산다고 합니다. 그러다 변태해서 열흘의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인고의 세월을 절규하는 울음소리로 들리네요. 

아무튼 어릴 적 청아한 참매미 울음소리를 듣기가 어려운 요즘입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참매미도 말매미에 밀려난 모양입니다. 

이렇게 매미의 흠을 잡자니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그 이유는 매미의 오덕(五德)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매미의 '오덕'은 '문(文)·청(淸)·염(廉)·검(檢)·신(信)'을 의미합니다. 
뜻을 새기자면 매미의 형상은 문인의 기상을 갖췄다고 합니다. 
또 이슬만 먹고 사니 청렴함이 두 번째 덕목입니다. 

매미는 곡식을 해치지 않으니 그 염치가 있음이 3덕입니다. 매미는 거처를 만들지 않으니 검약에 비유되곤 합니다. 끝으로 자신의 도리를 다하듯 울어대며 신의를 지킵니다.   

이런 연유로 옛 임금들은 매미 날개 모양 익선관을 쓰고 정사를 펼쳤다고 합니다. 
무엇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K형, 물질이 차고 넘치는 오늘날 우리는 매미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살면서 탐심과 성냄과 화냄이 지옥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를 깨닫지 못하는 인간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어리석으면 다툼이 생기지만 깨달으면 호불호가 없다고 했습니다.
바르게 잘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일까요.

앞물이 뒷물에 떠밀려 바다로 나아가듯 우리가 60대 중반입니다. 귀는 얇고 눈은 침침하고 주머니와 입은 점점 가벼워집니다. 불원 그런 나이가 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서럽지 않을 30년의 노후준비는 다들 됐는지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건강하고 고독을 이겨낼 내공이 중요하겠지요. 다음은 노후자금, 자녀의 리스크 관리 등 최저 생활 보장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인생의 불행은 초년 등과(登科), 중년의 상처(喪妻). 노년의 가난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K형, 이제는 열심히 살아 온 자신에게 뽀대나는 삶을 소망해 봅니다.  
그런데도 혹자는 '신중년' 운운하며 인생 2막을 모색할 시기라고 다그치더군요.
그래서 일까. 한 친구는 교직생활을 정년하고도 한 금융기관에서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연금만으로 네 식구 생활이 빠듯하니 어쩔 수 없다는 게 이유입니다. 
자녀들 취업과 결혼할 때까지 노후생활을 단념했다고 한탄입니다.
우리의 부모들처럼 희생만 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인생이 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지구의 별로 여행을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머슴처럼 일만 하다가 늙고 병들어 결국 요양원에 입원합니다. 
그래서 삶은 고해(苦海)이고 덧없는 인생이라고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니 인생 후반에는 하루하루를 잘 놀 일입니다. 자신을 혹사 시키다 회한만 남기고 세상과 결별합니다. 
그러니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죽을 때까지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K형, 세월이 유수라더니 올해도 100일 남짓이네요. 60 성상(星霜)을 변치 않고 우정으로 고락을 함께 해서 감사합니다. 

보름 뒤 처서(處暑)에 이르면 선들바람이 불 것입니다. 그때쯤 사람들은 배추와 무우를 파종할 것입니다. 나무가 겨울나기를 위해 물을 내리듯 사람들도 겨울 채비를 하는 것이지요.
요즘 고금리, 고유가 인플레이션에 밥상물가가 장난이 아닙니다. 예상컨대 25년 전, IMF보다 혹독한 경제난이 시작될 것입니다. 
올해는 항암배추를 지난해보다 많이 재배할 계획입니다. 김장김치를 맛깔나게 담가서 어려운 친구들과 나눌 생각입니다. 

K형, 다시 비가 내릴 듯 한 후텁지근한 날씨입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막걸리 한 잔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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